영흥도 앞 좁은 수로서 급유선과 충돌
13명 사망 2명 실종… 7명은 구조
해경, 급유선 선장 체포해 사고경위 조사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가 급유선에 선미를 들이 받혀 전복돼 이 배에 타고 있던 선원ㆍ낚시객 22명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낚싯배 사고로는 2015년 18명의 사망ㆍ실종자를 낸 제주 추자도 돌고래호 전복사고 이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해경 등에 따르면 3일 오전 6시 6분쯤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 남서쪽 약 1.85㎞ 해상에서 선원과 낚시객 22명이 타고 있던 낚싯배 선창1호(9.77톤급)와 급유선 명진15호(336톤급)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선창1호가 뒤집혀 낚시객 송모(43)씨 등 13명이 숨지고 선장 오모(70)씨 등 2명이 실종됐다. 나머지 7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명진15호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
사고 당시 선박에 타고 있다 구조된 서모(37)씨는 “배 뒤로 불빛이 반짝이더니 갑자기 배 왼쪽 선미를 들이받았다”며 “충돌 직후 곧바로 (배에서) 튕겨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해경 관계자는 “두 배가 영흥대교 아래 좁은 수로를 통과하려다가 부주의로 충돌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라며 “선내에 갇혀있던 사람이 많아 구조가 오래 걸린 점, 사고 해역 수온이 7도로 낮은 점 때문에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흥도 어민들은 사고 해역이 조수 간만 차가 최대 9, 10m로 크고 두 군데에 썰물 때만 드러나는 ‘풀등(모래섬)’이 있는데다 대형 선박들이 자주 지나다녀 평소에도 사고 위험이 있었다고 전했다.
인천해경은 이날 오후 7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명진15호 선장 전모(37)씨 등 2명을 긴급 체포해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선창1호는 이날 오전 6시 출항신고를 하고 영흥도 진두항을 출발한지 6분만에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이 배에 타고 있던 낚시객 1명이 오전 6시 7분쯤 경찰에 신고했고 해경에는 오전 6시 9분쯤 접수됐다. 해경 영흥파출소 연안구조정 1척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신고 접수 33분만이었다.
구조 당시 선창1호 선내에는 잠을 자던 낚시객 14명이 갇혀 있었고 나머지 8명은 물에 빠져 구조를 기다렸다. 해경은 선내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는 동시에 명진15호 등과 함께 바다에서 표류자들을 건졌다. 구조된 낚시객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였다.
해경은 해군, 유관기관 함정과 민간어선 등 배 63척과 항공기 11대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다. 해경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상상황이나 출항 과정에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실종자 수색과 사고경위를 밝히는데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원영 기자 wysong@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