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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인류와 뗄 수 없는 존재... 공감하는 기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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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인류와 뗄 수 없는 존재... 공감하는 기쁨이죠”

입력
2018.03.03 21:0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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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석학인 숀 스테이먼 박사와

테이스터 교육 과정을 공동 창안

그 공로로 세계 인명사전에 등재

“커피에 얽힌 얘기ㆍ관능 흥미로워

청강생 몰려 강의실 비좁을 정도”

박영순 서원대 외래교수가 커피인문학 강의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그는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가 품질이 나쁜 커피를 정확히 구별해낼 줄 알아야 산지에서 좋은 커피가 생산되고 나아가 커피 공정무역, 인류건강 문제까지 해결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영순 서원대 외래교수가 커피인문학 강의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그는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가 품질이 나쁜 커피를 정확히 구별해낼 줄 알아야 산지에서 좋은 커피가 생산되고 나아가 커피 공정무역, 인류건강 문제까지 해결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커피가 문화적으로 인류의 삶과 어떻게 인연을 맺어왔는지를 알면 한 잔의 커피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더욱 커질 겁니다.”

청주 서원대에서 교양 과목으로 ‘커피인문학’을 강의하는 박영순(51)외래교수는 “커피와 인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강조한다.

“인류는 커피를 통해 시대적 각성을 성취해가고 있으며, 생물로서의 커피는 인류를 통해 서식지를 전 세계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지금 커피의 위세는 대단하다. 영국의학저널에 따르면 커피는 현재 세계에서 매일 약 20억 2,500만 잔 이상 소비되고 있다. 젊은 층은 커피를 물보다 자주 마신다는 지표가 나오기도 했고, 커피산업 종사자만 세계적으로 1억 2,500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박 교수는 “커피인문학은 일상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돼버린 커피와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맺어 왔고 서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피는 분야”라고 소개했다. 커피비평가협회(CCA)한국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커피인문학을 개척한 인물이다. 커피인문학이란 명칭을 만들고 이를 학문적으로 정립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커피 석학인 숀 스테이먼(미국)박사와 커피의 향미를 올바로 평가하고 묘사하는 커피테이스터 교육 과정을 공동 창안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 9월 세계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됐다. 커피 분야에서 한국인이 세계 인명사전에 오른 것은 박 교수가 처음이다. 이 소식을 접한 서원대가 이번 학기 교양학부에 커피인문학 과목을 개설하고 그를 초빙했다. 국내 대학 최초의 커피인문학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매 시간 90명 정원 외에 청강생들이 대거 몰려 강의실이 비좁을 정도다. 박 교수는 “커피에 얽힌 숱한 역사적 사실과 다양한 이야기를 추적하고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워 젊은이들을 빨아들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커피인문학의 또 다른 중요한 영역은‘관능’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관능이란 오감을 통해 인류가 향유하는 행복감을 말한다.

“우리의 관능을 괴롭히는 커피는 건강까지 해칩니다. 그러니 관능 부분을 탐구하고 ‘나쁜 커피’의 원인을 진단하는 것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기도 한 거죠. 물론 커피의 좋고 나쁨을 구별해내는 주체는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여야 합니다.”

박 교수가 커피의 세계에 빠진 것은 문화생활 분야 전문기자로 활동하던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와인, 차, 사케 등 갖가지 식음료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커피를 만난 순간 그 깊은 맛과 향에 반해버렸다. 묘한 마력에 이끌려 기자생활을 접은 뒤 2013년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하와이 코나로 훌쩍 떠났다. 거기서 스테이먼 박사를 만나 커피를 더 깊이 연구하고 함께 커피테이스터 분야 등을 연구했다.

박 교수는 커피를 ‘공감하는 기쁨(Sympathetic Joy)’이라고 정의한다. 모래알처럼 나뉘어져 있는 사람들을 맛 하나로 불러모아 이 세상을 외롭지 않게 만드는 존재라는 의미란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이나 미국 독립운동의 사례에서 보듯 커피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소통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며 “21세기 문화코드로 부상한 커피를 통해 화해하고 협력하는 미래를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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