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알레르기성 쇼크로 드라마 하차
단편영화 찍고 사진집 준비
작가, 화가 활동하며 ‘금잔디’ 환상 깨
얼짱서 연기자 거듭나며 성장통
배우 구혜선(33)은 지난 3월 큰 ‘홍역’을 치렀다. 알레르기성 쇼크(아나필락시스)가 발병해 병원 신세를 졌다. 특정 음식으로 면역 체계가 흔들려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키는 희소병이었다. 구혜선은 출연 중이던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 합니다’에서도 6회 만에 부득이 하차했다. 식욕도 잃었다. 증상의 원인을 찾지 못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괜찮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에게 지난 봄은 불안과 두려움의 시간이었다.
긴 ‘잠’을 자야 했던 구혜선이 조심스레 기지개를 켰다. 구혜선은 최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를 찾았다. 그의 손엔 ‘구혜선 악보집’(더디퍼런스)이 들려 있었다. 그가 작사 작곡해 그간 틈틈이 냈던 30곡의 악보가 실렸다. 지난 3월 종방한 tvN 예능프로그램 ‘신혼일기’ OST로 쓰인 피아노 연주곡 ‘겨울일기’와 그의 풋풋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노래 ‘갈색머리’ 등이다. 구혜선은 “힘들 때 찾게 되는 게 음악”이라며 “악보집을 준비하며 슬픔을 견뎠다”고 했다. 구혜선에게 악보는 또 다른 언어다. 구혜선은 누군가 악보를 보고 연주하며 그와 음악적으로 교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악보집을 냈다. 곡에는 이야기가 깃들기 마련. 2015년 중국 음원 사이트(QQ뮤직)에서 4주 동안 1위를 한 ‘레인’은 구혜선이 “중학교 2학년 사춘기 때 쓴 곡”이다.
구혜선은 악보집에 ‘꿈’이란 제목의 짧은 글을 실어 ‘다시 꿈을 꿀 거야’라고 한다. 구혜선은 ‘말아톤’으로 유명한 정윤철 감독의 단편영화 ‘아빠의 검’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지난달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전체관람가’를 통해서다. 드라마 하차 후 구혜선이 배우로 시청자 앞에 선 첫 자리였다. 구혜선은 “영화 시장이 상업영화에 기울어져 있지 않나”라고 반문한 뒤 “단편영화 여러 편을 만들기도 했고, 단편영화 육성이란 취지에 공감해 출연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재미있는 작업”이었지만 구혜선은 연기가 여전히 두렵다. 본격적인 연기 활동 재개에 대한 뜻을 묻자 그는 “다시 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구혜선은 “옌볜 처녀(‘열아홉 순정’ㆍ2006)로 살 때는 (연기에 대한) 겁이 정말 없었다”며 “이젠 내 표정도 보이고 점점 더 연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인터넷 얼짱’으로 화제를 모으다 2002년 CF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가 성인 연기자로 자리 잡기 위해 치르고 있는 성장통이다.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의 금잔디 역으로 동화 같은 이미지가 강했던 구혜선의 연예 활동은 점점 다큐멘터리처럼 변했다. 단편영화 제작을 비롯해 책 발간과 전시는 구혜선이 자신을 둘러싼 환상을 깨는 작업이다. 구혜선은 내년 1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배우 양동근과 서현진이 함께 출연한 단편영화 ‘미스터리 핑크’를 공개하고, 작업 과정을 담은 전시를 연다. ‘복숭아 나무’ 등 직접 만든 7편의 영화 시나리오집을 비롯해 배우이자 남편인 안재현과의 생활을 담은 사진집 ‘안구네집’ 출간도 준비 중이다. 안재현은 이날 차를 운전해 구혜선을 데려다 주고 주차장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지금 제 꿈이 무엇이었고, 뭘 원했는지를 다시 묻고 있어요. 주류 시장과 그 밖을 오가면서요. 주어진 틀을 못 견디죠. 그래서 방황했고요. 그런데 앞으로도 방황의 연속일 것 같아요. 걱정이에요 제 앞 길이, 하하하.”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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