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에게 배포된 바다뱀 현상수배 포스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우리 바다에 100만원의 사례금이 걸려있는 현상수배 생물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실제로 지난 6월과 9월 제주 성산 앞바다에서 한 어민은 이 생물을 직접 잡아 200만원의 ‘월척’을 낚았습니다. 이 현상수배 생물의 고유명사는 ‘바다뱀’(영문명 Yellow-Bellied Sea Snakeㆍ진정바다뱀아과)입니다. 바다뱀이 어쩌다 몸값 100만원의 ‘바다 산삼’이 된 것일까요?

바다뱀은 ‘파충류 바다뱀’과 ‘어류 바다뱀’으로 나뉩니다. 파충류 바다뱀은 육지에 사는 뱀처럼 아가미 없이 폐로 숨을 쉽니다. 코브라과에 속하는 바다뱀들은 적이나 먹잇감을 공격할 수 있는 맹독도 갖고 있죠. 반면 독성이 없는 어류 바다뱀은 물고기처럼 아가미로 호흡하고 등과 배에 지느러미도 달려 있습니다.

파충류 바다뱀 연구는 국내 연구의 사각지대였습니다. 수십년 전 부산이나 제주 앞바다에서 발견됐다는 게 국내에 알려진 사실 전부였죠. 연구용 표본도 없었습니다. 파충류 학자인 박대식 강원대 교수가 2013년부터 직접 배를 타고 바다뱀을 찾아 나섰지만 성과가 없었죠. 그가 떠올린 묘책은 ‘현상수배’였습니다. 박 교수는 1일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함께 2014년 말부터 남해 지역, 제주 어촌을 돌아다니며 ‘바다뱀을 찾는다’는 포스터, 현수막, 명함을 제작해 배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9월 드디어 바다뱀을 잡았다는 첫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제주 서귀포 인근 앞바다에서 조업을 하던 어민이 ‘넓은띠큰바다뱀’을 포획한 겁니다. 성공담이 이어지자 제보자가 늘어났습니다. 현재 확보된 생존 바다뱀 표본은 총 3종(넓은띠큰바다뱀, 좁은띠큰바다뱀, 바다뱀) 11마리에 이릅니다.

연구팀이 바다뱀 표본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바다뱀의 위험성과 경제적 가치 때문입니다. 독사인 바다뱀들이 늘어날수록 국내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박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높아지면서 바다뱀이 우리 앞바다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진다”며 “바다뱀은 먹이사슬에서 매우 강한 포식자라 연구가 시급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은 이롭게 쓰이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복어의 독을 이용해 진통제, 근이완제를 개발한 것처럼 바다뱀의 독도 유용물질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우선 확보된 바다뱀 표범을 활용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맹독물질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바다뱀을 보신 분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041-950-0600)으로 연락 주세요.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제주 성산 앞바다에서 갈치 어민에 포획된 ‘바다뱀’.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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