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략은 어차피 ‘야당 달래기’
공무원ㆍ최저임금 사수 외치지만
‘주고 받기식’ 처리 가능성 높아
국민의당ㆍ바른정당 정책協 구성
공무원 재배치 등 실용주의 전략
한국당은 무조건적 반대 힘들 듯
2018년도 예산안을 결정할 정기국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여당은 법정 시한인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핵심 쟁점을 두고 여야 입장 차이가 커 지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야당의 복잡한 당내 사정도 변수다. 여의도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달빛 사냥꾼(달빛)= 예산안 통과를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예산은 6대 쟁점인 최저임금, 공무원, 아동수당, 기초연금, 건강보험 재정, 남북협력기금에 2대 관심사안인 누리과정, 도시재생사업 등 총 8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여야가 협의 중이죠. 마지막까지 입장이 좁혀지지 않았던 예산엔 어떤 게 있나요?
5년 만에 여당기자(여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문재인 브랜드 예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인데, 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이 민주당 입장에선 중요했죠.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복지 서비스 강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제기한 공무원 증원ㆍ충원 예산도 여당이 양보할 수 없는 문재인 브랜드 예산입니다.
여의도 구공탄(구공탄)= 5,000억원 규모의 공무원 예산이 가장 큰 뇌관입니다. 지난 추경 예산안 처리 때도 공무원 증원 규모를 놓고 막판까지 여야가 힘겨루기를 했는데 이번 예산안도 같은 트랙을 밟지 않을까 싶습니다.
호밀밭의 세탁기(세탁기)=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최대한 국민의당을 설득해 구도를 자기 쪽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죠.
여기자= 여당은 당장은 절대선인 양 원안 사수를 외치고 있지만, 어차피 예산은 주고 받기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죠.
달빛=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고속철도(KTX) 예산을 고리로 입장 차이를 좁혀갈 때만 해도 예산안 법정 시한 내 처리 전망이 밝았는데요.
국회 본청 표류기(본청)= 호남KTX 2단계 사업 예산 확보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인물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입니다. 광주가 지역구인 김 원내대표는 평의원 때부터 사석에서 자신의 별명이 3개라고 말해왔는데요. 진지동철, 정의동철, 호남철이 그 세 가지입니다. 앞쪽 두 개 별명은 약간의 자화자찬성이라 치더라도, 세 번째 호남철을 자신의 별명이라고 언급한 것은 그만큼 김 원내대표가 이 사업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뜻이죠. 이를 잘 아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예산안 정국의 물꼬를 틀기 위해 호남KTX라는 전략 포인트를 공략한 것인데요. 보좌관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두 원내대표가 비공개 회동과 통화에서 호남KTX 예산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나머지 예산안 협조 전략을 밀당했다는 후문이 들립니다. 김 원내대표 입장에선 호남KTX 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얻고 싶고, 우 원내대표 입장에선 어차피 호남을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인심도 쓰고 나머지 협상에서도 국민의당의 협조를 얻어볼 심산이었던 것이죠.
여기자= 민주당의 전략은 어차피 야당 달래기입니다. 원안을 지키고자 한다면 야당이 원하는 걸 주는 수밖에 없죠. 무조건 다 반대를 외치고 뭘 원하는지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 듯한 한국당보다는 국민의당과 더 대화가 통한 편이죠.
여의도 탐구생활= 사실 물밑 협상은 한 2주 정도 걸렸다고 합니다. 우선 KTX 사업과 관련해서는 국민의당에서 꾸준히 요구가 있었고, 정부도 호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액 후 합리적인 수정을 고려하고 있었다 하네요. 민주당에서 이 사실을 알고 준비를 했다 지난달 29일 합의와 같은 그림을 만들어 발표한 거죠. 여당에서는 이 건으로 국민의당과 주고받은 적은 없다고 분명히 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분위기가 상당히 좋아지긴 했죠.
달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정책협의체 구성도 예산안 처리에 변수가 될까요?
본청=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계의 반발을 우회하기 위해, 바른정당은 원내 비교섭단체 전락으로 인한 존재감 하락을 상쇄하는 차원에서 협의체 구성에 나섰죠. 두 당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 반대를 외치고 있는데요. 주목할 점은 한국당처럼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소방공무원 등 필수 인력 증원 예산은 편성하되, 나머지 공무원 증원은 인력 구조조정이나 재배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수정안 형태라는 것입니다. 이는 문제해결 정당을 기치로 내건 국민의당의 실용주의 전략과 개혁보수를 외치는 바른정당의 정체성 때문이겠죠.
달빛=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경선 일정도 국회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죠.
야인시대(야인)=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이 돌아오고 나서 사실상 친박계와 비박계가 벌이는 첫 번째 일전인 데다가, 내년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원내사령탑 자리가 더욱 중요해져 경쟁이 뜨겁습니다.
세탁기= 변수는 76명의 한국당 초⋅재선 의원입니다. 초⋅재선 의원들이 계파 갈등에 피로감을 느꼈고 몇몇 의원들이 계파를 탈피하자는 성명서까지 발표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으로 위축된 친박계는 이번 구도를 아예 ‘친홍(준표) 대 반홍’으로 돌려버리며 ‘친박 대 비박’ 구도의 색채를 빼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제3지대로 분류되는 후보들의 성향이 ‘투쟁형’이 아닌 ‘관리형’이 많아, 대여투쟁이 필요한 시점에 초ㆍ재선 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예산안 처리 상황도 한국당 내 경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달빛= 예산 심사가 이렇게 급하게 진행되는 상황은 야당이 자초한 측면이 있죠. 야당 주장으로 국정감사가 추석 이후로 미뤄지는 바람에 예산심사 일정도 덩달아 줄어든 측면이 있죠
구공탄= 안 그래도 짧은 심사기간이 더 짧아졌는데 이 때문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화시켜 부실심사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확산되고 있습니다.
달빛= 정세균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으로 법인세, 소득세 인상안을 제시하며 여야를 압박했는데, 의장실에선 예산안 법정 시한 내 처리를 낙관하는 분위기인가요? 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정 의장이 지키려 했던 시한 내 처리 계획이 흐트러지는 거죠. 다만 정기국회 일정은 금요일인 8일 본회의가 마지막이나, 토요일인 9일 본회의를 열 수도 있겠죠. 정 의장은 11일부터 멕시코 등 해외 순방 일정이 잡혀 있다고 하니 그 전에는 반드시 예산안 처리를 마치겠다는 입장이죠.
여기자= 민주당에선 솔직히 “한국당이 막을 재간이 있으면 막아보라”는 얘기도 있어요.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면 정부가 작성한 예산안 원안이 다시 넘어올 텐데, 의원들이 또 지역 민원예산을 챙겨야 하는 수고로움을 다시 할 생각이 없다면 시한 내 처리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달빛= 지난해에도 국회 대통령 탄핵안 의결이 12월 2일이 맞냐, 9일이 맞냐를 두고 얘기가 분분했는데, 올해도 예산안 처리 일정이 2일일지, 9일일지 관심이네요.
구공탄=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예산안 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바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개편 등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또 한번 연말 일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달빛= 이 와중에 국회의원들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동결했던 국회의원 수당을 6년 만에 슬그머니 올리려다 지탄을 받았죠. 연 6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는데, 그 만큼 의원들이 다른 예산을 아끼고 제대로 쓰게 한다면 6억원도 그 값어치를 하겠죠. 하지만 예년과 같은 무조건 발목잡기식 반대, 지역 민원 챙기기식 구태 예산 협의를 진행하는 걸 보면 앞으로도 의원들이 쓴소리를 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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