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로힝야족 만나
“신의 존재는 로힝야라고도 불린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로힝야’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미얀마 정부군의 소수민족 로힝야족 탄압으로 62만여명의 난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교황의 로힝야 언급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 있다가 다카로 온 로힝야 난민 16명을 만나 “오늘날 신의 존재는 로힝야라고도 불린다”라며 “여러분들을 박해한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대신해 용서를 구한다. 용서 해줄 것을 당신들의 넒은 마음에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계속 옳은 일을 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게 하소서. 그들의 권리가 인정되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게 하소라”라고 언급했다. 교황은 이날 로힝야족 난민들을 축성하고 통역사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달 27일 미얀마에 도착해 순방을 시작, 지금까지 로힝야를 지칭하는 것을 피해왔다. 로힝야를 직접 언급함으로써 반(反)로힝야 여론을 자극해 폭력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인권 문제에 관심이 각별한 교황이 로힝야 언급을 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불교국가인 미얀마는 무슬림인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민자라는 뜻을 담아 ‘벵갈리’라고 표현하며 자신들의 소수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날 오후 미얀마에 이어 방글라데시에 도착한 교황은 공식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가 대규모 난민 사태를 낳은 정치적 문제를 풀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할 뿐 아니라 시급한 인간적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방글라데시에 즉시 물질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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