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초청으로 저녁 회동
구체적 논의 결과는 ‘함구’
극우당 AfD 막기 공감대 불구
사민당 당론 일치 등 쉽진 않을 듯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SPD) 대표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연립정부 구성 여부 논의를 위해 첫 회동을 가졌다. 지난 19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ㆍ기독사회당(CDUㆍCSU) 연합과 자유민주당, 녹색당의 이른바 ‘자메이카 연정’ 협상이 결렬되자, 사민당에 대한 ‘대연정 참여’ 압박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양측 간 본격적인 탐색전이 시작됐다.
이날 APㆍ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민당 소속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초청으로 베를린 대통령궁에서 이뤄진 회동에는 호르스트 제호퍼 기독사회당 대표도 참석했다. 저녁 8시쯤 시작돼 2시간을 훌쩍 넘긴 밤 10시 30분쯤에야 마무리된 이날 만남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고 갔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슐츠 대표는 1일 베를린 사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연정에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교착 상태를 끝내기 위해 메르켈 총리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정부 구성을 위한 몇몇 선택지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런 선택지들을 논의해야 한다. 당 지도부에게도 이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총선에서 중도보수 기민ㆍ기사연합과 중도좌파 사민당은 각각 32.9%, 20.5%의 득표율을 기록, 함께 손을 잡으면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메르켈 1ㆍ3기 연정에 참여했던 사민당은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자 “소수 야당으로 남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었다.
제3당으로 떠오른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국정참여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긴 하지만, 양쪽의 대연정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사민당의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청년당원 조직 ‘유소스’는 대연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메르켈 소수 정부를 의회에서 지원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때문에 사민당의 입장은 7일 전당대회 이후에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 소속인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무장관은 “우리 당이 빠른 시간 안에 대연정 참여에 동의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메르켈 총리도 부담은 마찬가지다. ‘상처뿐인 승리’였던 총선 이후 기민ㆍ기사연합 내에선 “메르켈의 12년 집권 동안, 당의 보수적 색깔은 약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내에서, 심지어 당내에서도 ‘메르켈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민당마저 연정 협상을 거부하면 소수정부나 재선거를 택해야 할 정도로 그는 절박한 상태여서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펼 공산이 크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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