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운용자산 612조원)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투자 회사에 직접 사외 이사나 감사를 추천하는 등 주주권 행사를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도입해 국민 자금을 운용하는 ‘집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사회책임투자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1일 제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사회책임투자에 관한 연구 중간보고서 등에 대해 논의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보고서는 이날 회의에서 세계적 흐름에 맞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수행하는 게 필요하다며 7가지 원칙별 이행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먼저 제1원칙으로 국민연금이 장기 투자와 세대간 형평 지향이라는 원칙을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범위를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순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2원칙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다. 국민연금은 투자대상 회사와 영업적인 이해관계는 없지만 정부나 정치 영역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보고서는 국민연금법을 개정하거나 ‘수탁자책임위원회’(가칭)를 만들어 주주권 행사와 책임투자 관련 사항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3원칙은 투자 대상 회사 점검이다.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대상 회사의 경영성과 등 재무적 요소에 더해 환경경영(E)ㆍ사회책임경영(S)ㆍ기업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 골자다. 이 경우 유해 물질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기업이나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은 현장 인력 비중이 높은 산업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크게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제4원칙은 점검 결과 기업가치의 훼손 가능성이 있을 때 투자 회사와 비공개 대화 및 설득 등을 통해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변화가 없을 경우 명단을 공개하거나 사외이사ㆍ감사 후보를 추천할 것을 제안했다.
또 제5원칙으로 의결권 정책 마련, 제6원칙으로 주주활동의 주기적 보고, 제7원칙으로 역량ㆍ전문성 강화 등이 제시됐다. 다만 이날 제시된 세부 이행방안은 연구 중간 단계여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날 연구진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보좌기구로 ‘사회책임투자전문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위원회는 사회책임투자 관점에서 기금운용을 평가하고 점검을 강화해 명백하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에 대한 기금 투자를 제한하거나 투자 변경을 권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보고서는 특히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해 ▦책임투자 가이드라인 제정 ▦책임투자 전략 수립 ▦조직ㆍ시스템 개선 ▦위탁 확대 ▦위탁운용사 선정ㆍ평가 개선 ▦책임투자 측정기준 개선 ▦ 국민연금 ESG 평가모형 활용 제고 ▦기업관여 ▦관련제도 개선 등의 9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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