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일하게 출전권을 땄던 피겨 페어 종목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포기했다.
미국 NBC는 1일(한국시간) “북한이 피겨 종목의 올림픽 종목 참가신청 데드라인인 10월 30일까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참가 의사를 통보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ISU 규정에 따라 북한이 차지했던 페어 종목 출전권은 다음 순위인 일본으로 넘어간다. 일본도 오는 21일까지 ISU에 출전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 “ISU에 공식 확인 결과 북한이 올림픽 출전권 사용 여부를 회신하지 않은 게 맞다. ISU는 일본에 쿼터를 재배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고 확인했다.
북한 피겨 페어의 렴대옥(18)-김주식(25) 조는 지난 9월 독일 오버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17 ISU 네벨혼 트로피에서 6위를 차지해 ‘평창행 티켓’을 차지했다. 북한이 올림픽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마지막 대회였던 네벨혼 트로피까지 선수를 파견해 출전권을 확보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평창조직위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었다.
북한은 한국에서 열린 두 차례의 아시아경기(2002년 부산, 2014년 인천)에는 참석했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은 보이콧했다. 렴대옥-김주식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첫 북한 선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일단 제동이 걸렸다.
북한은 지난 16일부터 나흘 간 목동실내아이스링크에서 진행됐던 2017-2018 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도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아 자력 확보의 가능성이 있었던 쇼트트랙 종목도 사실상 포기했다.
하지만 북한의 평창행이 완전히 무산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NBC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면서도 “이제 공은 IOC로 넘어 갔다”고 전했다.
IOC가 일찌감치 북한이 피겨, 쇼트트랙, 노르딕 스키 등에서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체 출전권 이외에 와일드카드를 주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을 염두에 둔 분석이다. 토마스 바흐(64) IOC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북한을 초대했다. 북한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1일 “IOC가 북한 장웅 IOC 위원을 스위스 로잔으로 초청해 올림픽 참가 여부를 협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에 와일드카드를 주더라도 메달 경쟁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경쟁국들이 반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평창올림픽 선수 등록 마감은 내년 1월 29일이다.
평창조직위는 일단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북한도 올림픽 참가 여부에 대해 민감한 상태로 알고 있다. 지금은 차분히 기다리는 게 낫다”며 “앞으로도 북한의 올림픽 출전과 관련해 IOC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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