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대전 시티즌 지휘봉을 새로 잡은 ‘앙팡테리블’ 고종수(39) 신임 감독이 ‘산전수전’ 다 겪은 자신의 선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고 신임 감독은 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취임식을 한 뒤 기자들을 만나 “일단 클래식(1부) 승격이 제일 큰 목표”라면서도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다시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고 감독은 이번에 대전에 오면서 앞서 취임한 김호(73) 대전 대표이사와 세 번째로 재회했다.
고 감독과 김 대표는 각별한 사제지간이다. 김 대표는 1996년 수원 창단 감독으로 부임할 때 고종수를 발탁해,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키웠다. 이후 수원을 떠난 김 대표는 2007년 대전사령탑에 부임했다. 당시 김 대표가 부진하던 팀을 살리기 위해 데려온 선수가 바로 고 감독이었다. 절치부심한 둘은 대전을 플레이오프로 진출시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 감독은 “김 대표님과는 처음 프로에 올 때도 함께 했는데 감독 데뷔 자리도 같이하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처음 감독 제안을 받고 좀 고민을 했는데 김호 대표님께 많은 것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수락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선수로서 고종수는 굴곡이 많았다.
천부적인 재능을 나타내 선수 시절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로 불리며 대표팀에도 일찌감치 발탁됐으나 부상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 탈락의 아픔을 겪는 등 이후 오랜 슬럼프를 겪었다. 고 감독은 “선수로서 그렇게 유명한 선수로 기억에 남진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어려운 대표선수도 해보고 밑에까지 추락하는 선수도 돼 본 경험으로 선수들에게 어려운 상황에서 대처하는 법 등을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가 철없던 탓에 그냥 사라지는 선수가 됐다. 그러나 다른 분들에게 비해 일찍 감독이 된 지금은 그때보다는 많이 성숙했기 때문에 철없는 행동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전은 지난 시즌 6승 11무 19패로 챌린지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날 선수들과 상견례 후 팀 파악에 들어가는 고 감독은 “선수들을 강압적으로 지도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선수들에게 훈련할 때부터 ‘승리하는 DNA’를 심어줄 수 있도록 하겠다. 최대한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려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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