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정시설 인권보호 미흡에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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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조사수용실(규율위반실)에서 지내던 재소자가 열사병 등으로 숨졌다면 국가가 유족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교도소 및 구치소의 열악한 교정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지법 민사6부(이균철 부장판사)는 최근 부산교도소 재소자 2명의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정부가 유족 5명에게 모두 3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밤 최저기온이 25도를 넘어 열대야가 발생한 지난해 8월 18일과 19일 부산교도소에 수용된 재소자 2명이 잇달아 숨졌다.
동료 재소자와 몸싸움을 벌여 조사수용실에 수용된 A씨는 이틀 만에 고열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병원에서 측정한 A씨의 체온은 41.6도였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의 사인을 열사병으로 추정했다. B씨 역시 동료와 시비가 붙었다는 이유로 다른 조사수용방에 수용돼 생활하던 중 고열(40도), 고혈압 등의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법정에서 정부 변호인단은 조사수용방 수용 및 관리 과정이 적법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재소자들이 폭행 사건에 연루되는 등 조사수용방에 수용될 충분한 이유가 발생했고 이후 관리 과정에서도 위법 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숨진 A, B씨 외에 각각 2명이 더 수용된 조사거실에는 전체 면적이 5.18㎡, 1인당 면적은 1.72㎡에 불과해 1명당 2.58㎡인 법무부의 수용정원 산정 기준보다 좁았다.
재판부는 “무더운 날씨 속에 바람도 통하지 않는 비좁은 조사거실에 수용된 A, B씨를 관리하는 교도관이 보다 주의를 기울여 폐쇄회로(CC)TV나 순찰을 통해 거동과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법무부가 유족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A, B씨가 숨지기 전 잠을 자지 못하거나 휘청거리며 걷는 등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담당 교도관들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나, 고열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된 이후 교도관이 외부 병원으로 A, B씨를 옮기는 등 노력한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유족들은 부산교도소의 관리부실과 방치로 A, B씨가 숨졌다며 지난해 9월 2일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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