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69)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의 휴대폰은 이른 오전부터 불이 났다. ‘티켓을 사고 싶다’는 민원 때문이었다. 이 위원장은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지난 1년간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며 명함을 건네다 보니 이런 전화도 온다”고 허탈하게 웃으면서도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반가워했다. 지난해 승용차로 서울과 평창, 강릉을 오간 거리만 8만㎞, 올림픽 답사를 위해 지구 반대편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세 차례 왕복했고, 지난 10월에는 성화 채화와 인수를 위해 그리스 아테네를 일주일 동안 두 차례나 왕복하는 등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불구덩이 속으로 뭐하러 들어가느냐는 핀잔과 만류에 갈등과 좌절도 숱하게 겪었지만 오직 올림픽 성공 개최라는 일념으로 버텨 왔다. 이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70일 남겨두고 11월 30일 조직위원회 서울사무소에 가진 본보와 인터뷰에서 “2003년 첫 유치 도전부터 14년이 흘렀고, 올림픽을 치르기로 결심한 시점부터 따지면 20년이 지났는데 이제 70일 남았다. 사실상 올림픽은 이미 시작됐다”고 힘줘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70일 앞으로 다가왔다. 막바지 대회 준비는.
“내년 1월16일이면 각국 선수단이 들어온다. 선수단 입국부터 공식적으로 올림픽 개시가 된다. 2주 전에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ANOC(국가올림픽위원회 연합) 총회에 다녀왔는데 각국 올림픽위원장 앞에서 ‘평창 이스 레디 투 웰컴’이라는 내용으로 스피치했다. 평창은 이미 세계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 12개 경기장(6곳은 신축)은 모든 손질을 끝내고 스탠바이 상태다. 선수촌과 미디어촌, IBC(국제방송센터), 개막식장은 물론 인천공항~강릉간 고속철도(KTX) 등 인프라까지 모두 완공됐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의 경우 선수단이 입촌하고 있는데 한쪽에선 공사하고, 선수촌 화장실이 막혀 있다고 외신 보도가 잇따르지 않았나. 그에 비하면 우리는 완벽하다. 하드웨어 면에서는 역대 어느 올림픽보다도 앞서가고 있다. 남은 준비는 운영이다.”
-터무니 없는 숙박 요금 때문에 ‘바가지 올림픽’이라는 우려가 있다.
“오늘도 불만사항을 접수 받았는데 일부 숙박 업소의 요금이 비싼 건 사실이다. 결국 수요ㆍ공급의 문제다.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ㆍ강릉의 공급이 부족하기에 벌어지는 일인데 멀지 않은 속초ㆍ양양까지 8만 개 숙소가 확보돼 있다. 정박 크루즈를 도입한다는 얘기도 있어 전체적으로 충분하다. 또 KTX 일정이 곧 나오는데 서울에서 1시간 30분이면 가고 경기를 관람한 뒤 여유 있게 돌아올 수 있어 숙박 업소들 공실 사태가 날 수도 있다. 눈앞의 이익만 보고 소탐대실하는 일부 기업가들에 의해 망쳐질 수 없게 돼 있다. 50여 년 전 일본이 도쿄올림픽(1964년)을 앞두고 ‘오아시스 운동’(오하요 고자이마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시츠레이 시마스, 스미마셍의 첫 글자를 딴 친절 시민 운동)을 벌였다. 가장 중요한 건 손님맞이 의식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적자대회에 대한 우려가 크다. 흑자 올림픽은 가능한가.
“1988년 서울올림픽과 평창올림픽은 개념이 다르다. 서울은 굉장한 흑자가 났다. 그 때는 방송중계권을 조직위원회가 정했다. 올림픽 선수촌 또한 조직위원회가 분양했는데 분양가 차액만 1,000억원이었다. 기념 주화도 1,300억원 어치가 팔렸고, 국민 성금도 560억원이 들어왔다. 온 국민의 열정 속에 첫 올림픽 개최라는 이유로 어디든 손을 대면 이익이 나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방송중계권을 올림픽 주관사가 가져갔고 기념주화도 안 팔린다. 청탁금지법의 영향도 있다. 선수촌 역시 분양은 끝났는데 분양사에 오히려 우리가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성금도 답보 상태다. 또 우리가 이익을 많이 내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떼 가기 때문에 많이 낸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위원장을 맡은 뒤 4차 재정 계획까지 3,000억 적자가 계속돼 왔는데 연말 5차에 드디어 균형 재정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후원금 9,400억원 목표도 채웠다. 지난 1년간 판공비, 인건비 줄이고 끊임없이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다.”
-북한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과 안전 대책은.
“최근 프랑스 체육부 장관이 평창올림픽에 참가 안 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노태강 문체부 2차관이 직접 만났더니 와전된 거였다. 이번 ANOC 총회에서 짧은 기간에 유럽 20개국 이상 관계자들을 만났다. 최근에 불참설이 제기됐던 나라 중 어느 한 나라도 한반도의 안보 때문에 못 오겠다는 나라는 없었다. 스위스는 역대 최대 규모를 보내겠다고 했고, 오스트리아도 불참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북한은 유엔 193개국이 채택한 안보리 결의에 포함된 국가다. 스스로 찬성한 걸 위반한다면 우리도, 미국도 아닌 유엔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올림픽 평화는 무조건 담보된다고 자신한다.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많은 42개국 수반이 참석을 신청했고, 이미 100여명의 각국 관계자들이 와 있다. 평창에 온 외신 기자들이 나에게 물어보길래 내가 거꾸로 ‘평창에 오기 전에 안보가 불안했는가. 그럼 여기 와 있는 동안 불안을 느끼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 역시 이뤄지리라 믿는다. 최근에 진전된 건 북한이 피겨 페어에서 출전권을 땄다.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에서도 따기 위해 노력 중인 걸로 안다. 그런 정황으로 봐서도 북한이 참가할 걸로 본다. 그렇다고 북한만을 위한 특별 대우는 없다. 단 응원단과 고위 지원단이 올 경우에 대해서는 여러 대비 중이다.“
-경기장 사후 활용 등 올림픽 유산에 대한 관심도 높다.
“12개 경기장 중 9개는 주인이 정해졌다. 나머지 3개 경기장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대안을 내 놓을 것이다. 경기장 사후활용은 강원도가 주체가 되는 만큼 강원도 및 개최도시 등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유리한 건 2022년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평창은 최고의 연습장이 될 것이다. 내년 3월이면 조직위원회는 해산이 될 텐데 국제적 감각이 있는 청산법인이 들어와서 강원도도 살리고 올림픽 유산도 국민들에게 남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직위원장으로 힘들었던 점과 남은 과제는.
“작년 5월에 취임했는데 매일 사표를 10번도 더 썼다. 주변에서 ‘너 왜 막판에 거기 가서 화려한 인생을 망치느냐’고 했다. 언론 인터뷰를 해도 기사가 안 실리고 평창은 전부 최순실로 몰고 갔다. 평창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먹으면서 독백을 했다. 언제 그만 둘까. 하지만 어렵다고 그만두면 공인이 아니다. 올해 1월에 평창에 함께 간 기자단이 평창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최순실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들이 음모는 있었겠지만 실제로 비리가 이뤄진 건 없었다. 내가 오고 난 다음에 주요 계약 서류는 조달청으로 다 넘겼다. 올해 4월까지 26개 테스트 경기 한 뒤 국제경기연맹과 외신, 선수들, IOC로부터 올림픽 준비가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최순실의 이름이 멀어져 갔다. 적자를 메워가는 과정도 어려웠는데 공기업 후원과 정부의 도움도 컸다. 작년엔 최순실 게이트와 전쟁, 올해는 적자와 전쟁이었다면 남은 건 티켓 판매와 전쟁이다. 그것도 이제 50%를 넘어서 더 지나면 없어서 못 살 것이다. 성공 올림픽의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본다. 패럴림픽도 올림픽 못지 않게 중요하다. 패럴림픽은 서울올림픽부터 동시 개최가 시작됐다. 우리가 잘못하면 자가당착인 셈이다.”
-어떤 올림픽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우리가 왜 유치 3수를 했느냐. 올림픽은 다른 대회하고 차이점이 있다. 서울올림픽 때 160개국이 참가했고, 그로 인해 냉전 체제가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 반쪽 올림픽이었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 올림픽 직후 우리가 그것을 해냈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엔 평창올림픽을 통해서 문화 강국, IT강국임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다.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다. 올림픽은 14조원이 들지만 경제효과는 64조원이다. 특히 인프라 건설에 11조원이 투입된 강원도가 누릴 효과는 막대하다. 이는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혜택을 누릴 강원도는 성공 올림픽에 기여한다는 개최 도시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나도, 강원도도 화룡점정을 위해서 마지막 70일을 바칠 것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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