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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저술-학술 부문/ 묵직함 벗고, 삶과 밀접한 주제로 더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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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저술-학술 부문/ 묵직함 벗고, 삶과 밀접한 주제로 더 가볍게

입력
2017.12.01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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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학술 부문’은 묵직한 주제의식을 던지는 정통 학술서보다는 좀 더 가볍고 발랄한 접근법을 구사한 책들이 주목 받았다. ‘포스트휴먼이 온다’ ‘한국테크노컬처연대기’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등 갖가지 논의되는 미래기술들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칠지 짚어나간 책들이 이런 종류의 책으로 꼽혔다. 이들 책의 경우 어깨에 힘을 더 빼고 아예 대중교양서로 나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까지도 나왔다. 반공우익의 기원을 다른 곳에서 찾는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정치사ㆍ생활사를 벗어나 생태사를 적용한 ‘조선의 생태 환경사’에다 ‘오키나와를 읽다’ ‘한국의 불안정 노동자’는 그간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측면을 부각시켜줬다는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송민령의 뇌과학연구소’는 아직 박사과정에 있는 젊은 저자의 용기 있는 도전을, ‘루터와 종교개혁’은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었다는 점에서 칭찬받았다. 하지만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아 눈에 띄는 우리 저자의 책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혔다.

포스트휴먼이 온다

이종관 지음 · 사월의책 발행

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경제를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할 때, 철학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던진다. 저자는 첨단 과학기술이 꿈꾸는 인간의 미래 비전을 검토하고, 그 가능성과 한계를 철학적으로 짚어본다.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 등 개념의 혼란을 바로잡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인공지능과 인공생명의 가능성, 나아가 ‘특이점’으로 대표되는 융합기술 이론까지 현재의 첨단 과학기술에 내포되어 있는 모든 철학적 전제들을 검토한다.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는 포스트휴먼의 시대에, 인간 존재의 참된 의미와 가능성을 다시 짚어본다.

한국 테크노컬처 연대기

임태훈 등 지음 · 알마 발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무너지고, 스마트폰 없이 하루도 버틸 수 없게 된 현대사회는 테크노컬처의 시대다. ‘한국 테크노컬처 연대기’는 현재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테크놀로지의 요소들을 테크노컬처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작업을 담았다. 과학기술사 연구자, 기계비평가, 미디어비평가, 문화비평가로 구성된 젊은 학자 5인은 한국 기술문화사를 적나라하게 진단했고, 동시에 더불어 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 지 그 방향을 제시해준다.

오키나와를 읽다

조정민 지음 · 소명출판 발행

일본 열도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오키나와는 그 지리적 특수성과 예외성으로 인해 관광입현과 미군기지의 섬, 그리고 ‘야포네시아(Japonesiaㆍ일본열도 의식)’의 뿌리가 되어 왔고, 이 같은 규정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오키나와의 예외적이고 희소한 경험은 많은 물음을 던진다. 일본, 본토, 그리고 중앙이란 무엇인가, 내부 식민지 오키나와의 경험은 아시아와 어떻게 공유될 수 있는가 등 다원적이고 다층적인 현실적 주제를 다룬다. 저자는 '오키나와의 자기 타자화' 같은 현재적 문제를 첨예하게 분석했다.

조선의 생태 환경사

김동진 · 푸른역사 발행

필요한 자원의 대부분을 주변 자연환경에서 얻어야 했던 과거 한국인의 여러 활동은 한반도의 생태환경을 크게 변화시켰고, 역으로 변화된 생태환경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저자는 한반도의 생태환경과 한국인의 삶이 크게 바뀐 15~19세기 조선시대에 주목한다. 조선시대 한국인의 여러 활동으로 인해 이전까지의 생태환경이 급속한 변화를 겪었고 당대인들 또한 그렇게 변화된 생태환경에 영향을 받아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야생동물, 가축, 농지, 산림, 미생물, 전염병 등 우리를 둘러싼 생태환경 전반을 아우르며 살핀다.

분단 체제와 87년 체제

김종엽 지음 · 창비 발행

분단 체제와 87년 체제, 두 가지 체제이론의 현재적 의의를 되짚고 이 체제와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꼼꼼히 모색했다. 이른바 ‘흔들리는 분단체제’ 아래에서 등장한 ‘87년 체제’라는 개념은 그 뒤 30여년간 특히 한국 정당정치를 비롯한 실질적 민주주의 성취의 향방을 좌우해왔다. 두 가지 개념과 이론은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한국의 보편적 이론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해왔다. 저자는 두 측면을 하나의 이론적 전망 속에 통합하며 방대한 난제를 간명히 해설해준다.

루터와 종교개혁

김덕영 지음 · 도서출판 길 발행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펴낸 마르틴 루터와 종교개혁에 대한 학술서로, 그간 신학과 역사학 분야에 치중됐던 연구의 장벽을 과감히 무너뜨렸다. 사회과학자의 시각으로 종교개혁을 서양 모더니티의 시원으로 보고 기존에 있던 시각의 외연을 넓혔다. 저자는 종교개혁이 개인화, 탈주술화, 세속화, 분화의 측면에서 서양 근대의 시원을 가져온 중요한 역사적 사건임을 역설하고 있다. 종교개혁을 맞아 국내에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지만 대부분 교양서이거나 번역서임을 염두에 둘 때, 국내 학자에 의한 심도 있는 새로운 논의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한국의 불안정 노동자

이승윤 등 지음 · 후마니타스 발행

최근 노동시장 변화의 중심에는 표준적 고용계약 관계의 틀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일을 포기하는 장기 실업자, 프리터, 니트 등 노동권 영역에서 포괄될 수 없는 인구 집단이 확대되고 있다. 저자는 이에 주목해 ‘불안정 노동’ 개념을 고용 차원에 국한하지 않고 새롭게 규정한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계급들이 불안정 노동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있는지, 그 규모는 어떤지를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논의의 단초를 제공한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김재인 지음 · 동아시아 발행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무너뜨린다. 저자는 과연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인공지능의 핵심인 알고리즘은 자신의 고유한 의지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성취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알고리즘이든 프로그램이든 목적에 맞게 인간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고, 기계는 과거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학습할 뿐이다. 결국 저자는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도 단지 계산만 뛰어날 뿐이며, 따라서 그것을 뛰어넘을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확언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김건우 지음 · 느티나무 책방 발행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은 누구일까.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을 때, 그리고 이후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기본 틀을 만든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이며, 그들의 설계는 주로 어디에서 연유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해방 이후부터 한국 현대사의 근대적 전환기를 이룩한 1960~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헌들과 연구들을 참조해 가면서, 이 시기에 정부 정책을 주도한 이들과 민주화 진영에서 저항했던 사람들이 모두 이념적으로는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송민령의 뇌과학연구소

송민령 지음 · 동아시아 발행

알파고의 습격 후 인공지능이란 화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에 ‘뇌과학’의 중요성을 알린다. 저자는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엄청나게 발전해서 나타난 결과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의 신경 작용을 그만큼 깊이 이해했기 때문에 탄생한, 뇌과학의 성과물이기도 한 것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저자는 왜곡된 뇌과학 정보를 바로잡고, 자신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며, 뇌과학의 관점에서 각종 사회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박혜인(중앙대 정치국제학과4)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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