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교부가 미국의 ‘관계 단절’ 요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미국이 오히려 북한이 자제력을 잃도록 도발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30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민스크를 방문하던 도중 러시아 매체 기자들에게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명백한 도발”이라면서도 미국이 상황을 다루는 방식 역시 도발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 외교부가 공개한 이날 발언록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최근 미국의 행동은 평양이 새로운 극단적 행동을 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12월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미국 당국자들이 마치 대화 여건 마련을 위해 훈련을 하지 않을 것처럼 해놓고는 대대적인 훈련을 할 것이라 발표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한국 공군은 12월 초 미국의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등이 참여하는 정기 합동훈련을 앞두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만약 미국이 북한을 파괴할 구실을 찾길 원한다면 이를 전세계에 직접 밝혀야 할 것이며, 우린 그 후에 우리 대응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주장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켜야 한다”는 발언에도 “러시아는 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며 “우린 여러 차례 대북제재가 이미 실효성이 없어졌다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요구해 왔는데 미국이 이를 무시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북 국제사회 연대 요구에 러시아가 이처럼 냉랭하게 대응하는 것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의혹과 우크라이나ㆍ시리아에서의 분쟁 등으로 양국 관계가 극도로 냉각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날 러시아 방송채널과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역사상 최악이다. 미국 정치인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쥐고 흔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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