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공식ㆍ통합 사용하지만
앱마다 예매가능 터미널 달라
정작 필요한 노선 찾기 어려워
편도 되는데 왕복예매 안 되기도
“차라리 현장서 표 끊는게 속편해”
대학생 박모(22)씨는 지난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시외버스를 예매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남 순천에서 광양 가는 버스가 앱 상엔 분명 두 시간당 한 대였는데, 버스터미널에 실제 가보니 15분에 한 대씩 배치돼 있었다. 박씨는 “예매 표를 취소하고 보다 빨리 출발하는 걸로 다시 표를 끊었다”라며 “시간이 남아 미리 왔기 망정이지 앱만 믿고 버스시간에 맞춰 왔으면 괜한 시간 낭비를 할 뻔 했다”고 했다.
직장인 권모(40)씨 역시 앱으로 버스를 예매할 때마다 분통을 터뜨린다. 서울에서 충북 북청주로 가는 표를 끊어야 하는데, 노선 자체가 안 보일 때가 많아서다. 권씨는 “말로만 통합 앱일 뿐, 예매하려는 곳이 어느 때는 있다가 또 어느 때는 없다”고 꼬집었다.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예약할 수 있다는 시외버스예매앱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거세다. 일시적으로 ‘먹통’이 되는 건 다반사, 정작 필요한 노선은 찾을 수 없거나 멀쩡히 있던 노선이 갑자기 사라지는 등 오락가락할 때도 많다. “그냥 현장에서 예매하고 표를 끊는 게 속 편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소비자들은 특히 이들 앱에 ‘공식’ ‘통합’ 등 말을 붙이는 게 거슬린다. ‘이 앱만 사용하면 모든 시외버스를 예매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각 업체가 터미널과 따로 계약을 맺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앱마다 예매 가능 터미널이 다르다. 편도예매는 가능하지만 왕복예매는 불가능한 경우도 생긴다. “국토교통부와 함께 사업을 시작해 ‘공식’을 붙였다”는 업체 쪽 설명은 “민간업체가 터미널과 자유롭게 계약하는 식이라 정부가 공식 인증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는 국토부 얘기와 엇갈린다.
그럼에도 ‘일부 노선만 이용 가능하다’는 공지는 찾기 어렵다. 앱을 샅샅이 뒤져야 예매 가능 터미널을 겨우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앱에 대한 신뢰도는 땅바닥 수준이다. 27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고객평가에서 유력 시외버스예매앱 두 개(이비카드, 한국스마트카드 운영)의 최하점수(1점) 비율은 각 47.2%, 39.2%였다.
상대적으로 낫다고는 하지만 고속버스앱에 대한 불만도 만만치 않다. 대학생 김모(25)씨는 “지난주 대구에 사는 지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 고속버스앱을 다운받으려고 했는데 설치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스마트카드가 제공하는 앱은 최근 마지막 업데이트 이후에도 “설치가 안 된다” “노선이 없다” 등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소비자 편의성 측면에서 정부 차원의 일원화된 예매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결은 쉽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민들 불편을 알지만 개인 재산인 앱에 강제력을 행사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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