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 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11년 6월 이래 6년5개월 만이다. 이로써 지난해 6월 1.5%에서 1.25%로 금리를 낮춘 후 1년6개월 동안 유지된 ‘초저금리 시기’가 일단 끝났다.
이번 금리인상은 과열을 막기 위한 경기 조절용이라기보다는, 금리를 현 수준에 묶어둘 경우 증폭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한은의 결정에는 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감안됐다. 수출 호황,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 이상 기록이 확실해진 점, 최근의 소비심리 개선 조짐 등이다.
하지만 경기 회복세가 아직 일부 산업과 대기업에 편중된 양극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점, 북핵 리스크나 중국과의 사드 갈등, 미국 무역공세 등 여전한 불안요인을 감안하면 아직은 한은이 경기 회복을 자신할 상황은 아니다. 대신 위험 측면을 감안하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미국의 12월 추가 금리인상과 좀처럼 고삐가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 문제가 엄연하다.
가계부채는 장기 통화완화 정책이 초래한 가장 심각한 문제다. 한은은 2012년 7월 3.0%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이래 지난해 6월까지 무려 일곱 번이나 금리를 낮춘 끝에 사상 최저 수준인 1.25%를 유지해 왔다. 그동안 정부의 ‘빚 내서 집 사라’ 정책 등과 맞물려 가계부채는 2012년 6월 말 922조원에서 지난 9월 말 현재 1,419조원으로 5년간 무려 54%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한은은 지금부터 서서히 금리인상을 가동, 가계에 미칠 금리상승의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려고 했다.
미국 금리인상은 보다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문제다. 우리가 금리를 동결한 상태에서 미국이 12월에 현재 1.0~1.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빚어진다. 그 경우 장기적으로 해외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데다, 이후로는 우리 통화정책이 미국을 허겁지겁 따라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은은 이를 감안한 선제 인상조치로 향후 통화정책 여지를 다소나마 확보해둔 셈이 됐다.
문제는 금리인상의 파장이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 대출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가계부채 이자 부담은 당장 2조3,000억원 늘어난다. 물론 기준금리보다 시중금리 상승 폭이 훨씬 더 큰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담 증가치는 그보다 3~4배는 커질 것이다. 금융위는 그동안 한계가구 지원책 등 수차례에 걸쳐 선제적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놨지만 필요에 따라 보완책을 순발력 있게 가동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상이 경기 회복, 특히 내수 회복 조짐을 해치지 않도록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도 커졌다. 특히 한은은 부동산 시장이나 소비심리가 지나치게 결빙되지 않게 유의하는 한편, 원화 강세가 수출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시장과도 적극 소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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