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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간 화물 이동으로 제재 무력화” 구멍 막기 나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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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간 화물 이동으로 제재 무력화” 구멍 막기 나선 미국

입력
2017.11.30 17: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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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원유 공급 차단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압박할 듯

추가 대북제재 리스트 곧 발표

“해상 차단 구체적 방안도 논의”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29일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EPA 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29일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이 북한 고립화의 핵심 카드로 꼽혀온 ‘원유 공급 중단’과 ‘해상 차단’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미국은 다만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조치로 28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을 오가는 물품의 해상 운송 금지’를 강조한 데 이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29일 유엔에서 중국에 원유공급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정부 관계자도 이날 “추가 제재의 대표적인 분야가 해상 차단과 송유 문제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선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을 이끌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 성격의 압박 카드를 동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재무부가 조만간 추가 대북 제재 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인데, 북한과의 거래 규모가 큰 중국 기업과 은행 등을 단계적으로 포함시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갈 것으로 보인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하지 않으면 원유 문제를 우리 손으로 다룰 수 있다”고 말해 원유 공급 기업에 대한 제재도 시사했다.

틸러슨 장관이 언급한 ‘해상 운송 금지 조치’에 대해선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구체적인 사항들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제재 대상 선박의 경우 회원국 입항이 금지돼 있고 공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간 환적(換積)을 할 수 없지만, 제3국 선박이 공해상에서 정유제품과 석탄 등 수출입 금지품목을 환적해 수송할 경우 딱히 막을 방법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헤일리 대사도 이날 “북한이 선박 대 선박간 이전으로 정유제품을 불법적으로 취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지난 9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선박에 대해 공해상에서 동의 없이 정선(停船)과 화물검색을 할 수 있는 권한을 회원국에 부여하는 초안을 마련했으나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인해 최종 안보리 결의는 ‘합리적 근거의 정보가 있을 경우 기국(旗國)의 동의 하’라는 조건을 달아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 같은 구멍을 막기 위해 일각에선 미국 해군력을 동원해 해상 봉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예비역 소령인 그레그 킬리는 최근 미 의회 전문 매체 힐 기고에서 1962년 쿠바 봉쇄 사례를 들며 "동해와 서해를 해군으로 봉쇄하면 북한이 석유정제품과 군사 보급품 등 기본적인 원자재나 장비를 도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석탄과 철광석 수출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무력 충돌 우려가 상존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한국, 일본, 미국 등이 북한에 기항한 적이 있는 제3국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독자 제재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해상 운송과 관련된 독자 제재 국가를 확대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틸러슨 장관이 유엔 안보리와 별도로, 대북제재 논의를 위해 유엔사 파견국(16개국) 회의를 소집기로 한 것도 밀무역 차단과 선박 입항 금지, 공해상 검색 등 다양한 방식의 해상 차단을 위한 국제 공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차원에서 해상 봉쇄를 실현시키기는 어려워, 뜻이 맞는 국가들끼리 그물망을 짜겠다는 구상이 깔린 셈이다. 이는 조지 W. 부시 정부 때 미국이 추진했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과 형식 면에서 닮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해상 차단을 어떤 식으로 할지 미국도 아직 구체적인 안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며 “더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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