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협/사진=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신태용의 황태자’로 부활을 꿈꾸는 남자가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을 부여 받은 이정협(26ㆍ부산 아이파크)이다.
신태용(47) 감독은 내달 3일부터 열리는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에 나설 공격수로 이정협을 다시 한 번 낙점했다. 이정협은 동아시안컵 출전 명단 중 유일한 한국프로축구(K리그) 챌린지(2부) 소속의 선수다. 신 감독은 이정협에 기존 등번호 18번에서 10번으로 변경하며 굳건한 믿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정협의 대표팀 승선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국가대표 전력 감은 아니라는 팬들의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지난 29일 프로축구 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이 펼쳐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마침 그를 만났다. 경미한 부상으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이정협은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정협에게는 결승 무대 활약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였던 터여서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정협은 "부상이 심한 정도는 아니고 타박 정도다. 홈에서 하는 마지막 경기인데 못 나와 아쉽고 팬들과 팀원들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정협은 지난 10일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후반 손흥민(25ㆍ토트넘)의 파트너로 나섰지만 인상적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26일 상주 상무와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골대를 두 번 맞히고 2차전에서 페널티 킥을 유도했지만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승격에 실패한 뒤 그는 고인이 된 스승 조진호 전 부산 감독을 생각하며 눈물을 삼켰다.
이날 이승엽(42) 부산 감독 대행은 “정협이가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제외 했다”면서 이정협의 안타까운 심정을 대변했다. 이정협에게 태극마크와 10번이 주는 심리적 부담감을 묻자 멋쩍게 웃었다. 이정협은 “체력적으로 힘들다거나 다른 이유들은 대표팀 선수로서 핑계다. 전에도 우승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동아시안컵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덤덤하게 각오를 밝혔다. 이정협은 슈틸리케 전 감독의 황태자로 불리며 2015년 동아시안컵 우승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부진한 모습에 대해 팬들의 비난을 듣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더 발전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협은 팬들의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만 실력으로 논란을 지우겠다는 각오다. 그는 끝으로 “이번 무대에서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누구보다 많이 뛰며 강인한 정신력을 높이 평가한 신 감독의 2부 리거 재신임에 이정협이 화답할 차례가 왔다. 김태륭(34) KBS 해설위원은 “이정협은 기록상 보이는 것보다 같이 뛰어보면 장점이 보이는 선수다. 위에서 궂게 싸워주고 버텨주는 스타일이라 동료들이 편해지는 유형이다”라고 높이 샀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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