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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은 운동을, 여학생은 응원만…잘못된 체육교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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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은 운동을, 여학생은 응원만…잘못된 체육교육 논란

입력
2017.11.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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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체육과목 '경쟁활동' 단원에서 선수와 감독, 심판 등 경쟁의 주체는 모두 남성이며 여성은 남성을 응원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등학교 6학년 체육과목 '경쟁활동' 단원에서 선수와 감독, 심판 등 경쟁의 주체는 모두 남성이며 여성은 남성을 응원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남ㆍ녀 학생 역할을 구분시킨 부산광역시 북구의 A중학교 체육교육 강행 방침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그 동안 초·중등 체육교육에서 여학생 소외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됐다는 점에서 교육당국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A중학교 소식은 지난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학교에서 남학생들은 농구를 할 테니, 여학생들은 춤추는 대회를 하자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대회구나’ 생각했지만 막상 알아보니 (학교측에선) 남학생들이 농구를 할 때 (여학생들이)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란 주장이 올라오면서 전해졌다. 학생들에 따르면 A학교측에선 재학생 전원이 참가할 것을 강요 받았다. 이에 여학생들이 반발하자, 교사가 이들을 불러 혼까지 냈다고 전했다. 해당 게시물은 7,500회 가량 공유되면서 네티즌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이후 학생들은 남학생도 같이 춤을 추거나 다 같이 할 수 있는 종목의 대회를 하는 것 등의 의견을 냈고 결국 여학생들은 피구 대회를 하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전했다. A학교에 재학 중인 B양(15)는 “(여학생들도)수업시간에 농구를 배웠는데 타고난 성별이 다르다는 말도 이유로 무조건 춤을 추라고 강요하는 건 말도 안 된다”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A학교측은 특히 평소 체육수업 시간에도 이런 방식을 강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선생님이) 평소에도 남학생들은 농구경기를 시켜두고 여학생은 앉아 있게 했다”고 이 학교 체육교육 실태를 전했다.

이에 대해 A학교 측은 남ㆍ녀 역할을 구분시켜 체육대회를 실시하려고 했던 건 사실이지만 남학생을 응원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A학교의 한 교사는 “여학생들은 축구를 시키면 공은 차지만 경기가 안 되고 농구도 마찬가지다”며 “여학생들이 아이돌에 열광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애들이 춤 대회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런 체육교육 방식이 A중학교에 국한된 게 아니란 점이다. 실제 A중학교 체육교육 소식을 전한 SNS 게시물엔 “나도 학교에서 여학생들은 무용, 치어리딩을 배우고 남학생들은 강당에서 피구, 농구, 축구 등의 자율체육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이 체육시간에 남자애들은 축구하고 여자애들은 스텐드에 앉히고 응원을 시켰다”, “초등학교 학예회에서 여자들은 발레를 하라고 했고 남자애들은 태권도를 하라고 했다”등의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체육 교과서 2차 성징 부문에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 이미지를 고착화하는 사진이 실여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등학교 5학년 체육 교과서 2차 성징 부문에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 이미지를 고착화하는 사진이 실여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사실 초·중등학교의 체육교육의 성 역할 고정관념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난 27일 공개한 초등학교 교과서에 반영된 성 역할 고정관념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 체육과목 '경쟁활동' 단원에서 선수와 감독, 심판 등 경쟁의 주체는 모두 남성이며 여성은 남성을 응원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또 5학년 체육 교과서 2차 성징 부문에는 남학생은 사지를 벌린 채 힘을 강조하는 당당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여학생은 따리를 꼰 채 수줍은 듯한 자세를 취하는 사진이 실렸다.

체육시설물 역시 사실상 남학생들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16)양은 “점심시간에 배드민턴이나 피구를 하고 싶어도 축구공 틈 사이로 여학생들이 지나다니면 ‘민폐’ 취급을 받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체육교육이 기존의 남성중심의 스포츠문화를 답습하면서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김성진 중원대 법무법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관과 순종·소극·의존성을 바람직한 여성상으로 여기는 정형화된 성 역할이 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정현우·김대희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원은 “여학생을 위한 종목이 단순히 댄스, 요가 등으로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며 “많은 여학생이 남학생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스포츠에 참여하는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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