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에 애매모호한 문구 사용… ‘국제사회 대 북한’ 프레임 활용 가능성
북한의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미국 국무부가 그간 유명무실했던 한국전쟁 참전 유엔사령부(유엔사)의 파견국 회의를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명이 유엔사에 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ㆍ러시아까지 포함시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은 캐나다와 협력해 유엔사 파견국 회의를 소집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 및 다른 영향을 받는 핵심 국가도 포함해 국제사회가 어떻게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응할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문장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유엔사라는 체제에 한국ㆍ일본과 ‘영향 받는 핵심 국가’를 포함시키겠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도록 애매모호하게 쓰여 있다. ‘다른 영향을 받는 핵심 국가’란 결국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과 러시아를 가리킨 표현이다.
그간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한미동맹 대 북한이라는 국가간 문제가 아닌 유엔으로 대표되는 국제사회질서에 북한이 도전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 왔다. 유엔사는 이런 미국의 접근에 실질적인 힘을 불어넣기 좋은 도구다. 현재 유엔사 체제에 1950년 당시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던 한국이나 부대의 해외 파견이 불가능했던 일본이 참여한다면 미국은 유사시 국제사회의 지원 아래 대북 군사옵션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한국전쟁 당시는 북한을 지원했던 중국이나 러시아까지 포함할 경우 유엔사는 명실공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유엔사는 1950년 미국이 한국전쟁 참전을 위해 유엔의 제안을 받는 형식으로 창설한 국제동맹군으로 미국을 비롯해 영국ㆍ캐나다ㆍ오스트레일리아ㆍ터키ㆍ태국ㆍ프랑스 등이 참여해 부대를 파견했고 1953년 정전협정의 주체로도 참여했다.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유엔사의 역할은 축소됐고 형식상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유엔군 사령관도 겸임한다. 북한은 유엔사가 사실상 미국의 한반도 통제 수단이라며 수시로 해체를 주장해 왔다.
유엔사의 새 역할론은 주로 한국 전문가들이 제기한 바 있다. 존스홉킨스대 국제학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있으며 대선 기간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도 합류한 바 있는 전인범 전 육군 중장은 북한문제 전문 블로그 38노스에 ‘유엔사령부의 미래’라는 기고문을 통해 “유엔사는 핵무장 북한에의 대응, 한반도 평화협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반도 관련 안보 의제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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