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00일 넘도록 70% 웃도는 성적표
중도층 마음ㆍ이슈 선점, 무능야당 덕분
기대ㆍ희망 담은 성과 못내면 냉소 직면
41%의 득표율로 당선되고 국회 의석도 40%에 불과한 대통령이 취임 200일이 넘도록 70%대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노래한다는 것은 결코 범상한 일이 아니다. 그 지지율은 북핵 위기를 전후해 한때 60%대 중반으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곧 반전해 최근 모든 이념ㆍ지역ㆍ연령대에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앞서는 등 추세적으로 상승 국면이다. 엊그제 북한의 ICBM급 탄도미사일 도발과 사드 논란 등 외교안보 현안이 악재로 부각되지만 흐름을 꺾을 정도는 아니다.
필자는 민주당 경선은 물론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지던 3월 초 '통째 먹을 건가, 나눌 건가' 라는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되돌아봤다.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전 지사의 연정론 카드가 안팎에서 '적폐 연대'로 왜곡돼 뭇매를 맞던 때에 문 대통령까지 나서서 "분노가 없다"며 기름을 부었던 것이 기억나서다. 여소야대 국회 극복과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노 전 대통령의 열정과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안 전 지사의 주장 공격에 가세한 것은 무척 낯설었다. 그래서 당시 칼럼은 "사람들에게 '문재인이 (대통령) 될 것 같으냐'고 물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그가 잘할 것 같으냐'고 물으면 고개를 가로젓거나 입을 닫는다"로 맺었다. 문 대통령의 요즘 지지율에 비춰 보면 이 결론은 기우였다.
그래서 또다른 의문이 든다.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여 동안 문 대통령이 화합과 통합을 화두로 언급한 것은 두 번이다. 한 번은 취임사였고 다른 한 번은 김영삼 전 대통령 2주기 추도사다. 인사 문제로 '내로남불' 함정에 빠진 문 정부의 국정 화두는 줄곧 적폐청산이었고, 문 대통령은 정치보복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특권 구조를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대꾸했다. 문답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는 책에서 "친일과 군부독재세력, 사이비 보수의 기득권 독점이 빚은 수십 년 적폐를 청소하고 특혜와 농단으로 무너진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은 어디서 온 것일까. 작금의 정치세력 간 갈등과 대립이 과거에 비해 결코 나아진 게 없고, 인사나 적폐 논란으로 공생ㆍ협치의 문은 더욱 멀어졌으니 말이다. 답은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60% 가운데 이념성향이 강하지 않고 기득권에서 자유로운 중도층의 마음을 얻는 이슈를 정치공학적으로 잘 관리해 왔다는 점에 있을 것 같다. 사람중심 경제와 정의로운 나라를 앞세우고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권력기관 개혁 등의 굵직한 의제로 밀며 리더십의 진정성으로 끌어가는 3박자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왔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야당은 리더십 부재 속에 자중지란만 거듭하며 대안세력이 되기는커녕 존재감마저 의심받고 있다. 121석의 여당과 116석의 야당 지지율 차이가 3배라는 사실은 여당의 반사이익과 야당의 자업자득을 잘 말해 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조만간 '진실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약속과 희망으로 키워 온 기대가 말의 신의와 행동의 결과로 검증받는 시간이 닥쳐온다는 뜻이다. 가장 가시적인 검증대는 J노믹스의 핵심인 일자리의 양과 질이 될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고 800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늘리는 고차방정식은 지금껏 어느 나라도 풀지 못한 난제다. 문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을 강조했지만 특권에 익숙한 노동귀족과 흑백 이분법에 집착하는 낡은 운동권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
현재보다 미래에서 비롯한 문 대통령 지지율은 모순적 정치자산이다. 정권의 태생이 친노동일수록 노동계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노동개혁 동참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사람이 먼저'일수록 기업생태계의 활력과 고용시장의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키워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빛과 환호로 올라갈지, 그늘과 냉소로 떨어질지, 지금이 갈림길이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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