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미국대사, 긴급 안보리 회의서
“중국이 안 하면 우리가 다룰 것
전쟁 나면 북한 정권 철저히 파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을 요청했다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원유공급 중단은 대북 봉쇄의 핵심 카드로 미국이 그간 물밑에서 요구해오다 사실상 처음으로 국제무대에서 요청을 공식화한 것이다. 전 세계에 오픈된 유엔 회의 도중 미국을 대표하는 대사가 정상간에 전달된 요구 사항을 공식화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시 주석을 정면으로 공개 압박한 모양새여서 향후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시 주석에게 중국이 (북한으로 보내는) 원유 공급을 중단해야만 하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라며 “이는 국제 왕따(pariahㆍ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지칭)를 멈추게 하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에서 중추적인 단계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를 갖고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들어서도록 하기 위해 중국이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이어 “중국은 실제 2003년 원유공급을 중단했고 곧이어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나왔다. 우리는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면서 “중국이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원유 문제를 우리 손으로 다룰 것”이라고 거듭 압박했다.
헤일리 대사는 아울러 “모든 회원국은 유엔 제재 이행뿐 아니라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를 끊어야 한다”면서 “북한과의 무역을 중단하고 북한 노동자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북한을 국제 왕따로 계속 다루면서 투표권 등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권리와 특권도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전쟁을 추구한 적이 없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제처럼 공격적인 행위가 지속됐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만약 전쟁이 난다면, 실수하지 마라. 북한 정권은 철저히 파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우하이타오(吳海濤) 유엔주재 중국 차석 대사는 “현재의 중대한 상황에서 모든 당사국이 자제력을 행사하고 유엔 제재를 이행하며 대화와 협상의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라면서 미국의 요청에 답하는 대신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을 거듭 거론했다. 중국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도 이날 러시아 언론에 “미국이 북한을 도발해 모험주의적 행동을 하도록 조장하고 있다”라며 한미 군사훈련을 문제 삼는 등 미국의 요청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30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특사(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가 북한을 방문해 꼬마 로켓맨(김정은)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돌아왔다”라며 “러시아와 중국도 북한의 발사를 비판했다”고 강조, 추가 대북제재에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전날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한ㆍ미ㆍ일의 요청으로 긴급 소집된 이 날 안보리 회의는 전체 과정이 공개됐으며 따로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지 않았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뿐 아니라 중국의 송유관 차단, 해상 운송 차단, 금융제재 등과 관련해 추가 독자 제재 방안을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우리는 잠재적인 추가 제재에 대한 긴 목록을 갖고 있다. 그 중 금융기관도 포함돼 있다”며 “재무부가 준비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호’ 발사와 관련해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의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전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5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전화통화를 가진 데 이어 연 이틀 양국 정상이 통화를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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