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경 2m 길고 굵어진 동체… 기동성 저하 감수
뭉툭해진 탄두, 고열서 보호 위해 덮개 씌운 듯
북한이 30일, 전날 새벽 이뤄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의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화성-15형은 북한이 7월에 두 차례 발사한 ‘화성-14형’과 다른 신형 미사일이라는 게 군 당국 평가다.
공개된 화성-15형 사진을 보면 우선 탄두부 형상이 둥글고 뭉툭하다. 화성-14형의 탄두부는 뾰족한 고깔형이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대기권 재진입 때 발생하는 고열로부터 핵탄두를 보호하기 위해 덮개를 씌웠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화성-14형보다 길고 굵어진 점도 특징이다. 특히 주목되는 건 1단 로켓의 주(主)엔진이다. 북한은 옛 소련제 트윈엔진 ‘RD-250’을 쪼개 화성-14형의 주엔진으로 썼다. 기동성과 기습 발사 능력을 강화하려고 추력 반감(半減)을 감수했다가 이번에 원형을 복구한 것이다. 그 정도로 사거리 연장이 급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동체 길이를 늘린 건 연료를 많이 넣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대신 화성-14형 1단 엔진에 달렸던 보조엔진은 제거됐다. 채연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교수는 “보조엔진은 비행 방향을 틀어주는 역할도 한다”며 “주엔진으로 방향을 바꾸는 최신 기술이 적용됐을 수 있다”고 했다.
2단 로켓 엔진도 완전히 바뀌었다. 직경이 상당히 커져 1단 로켓과 굵기가 비슷해졌다. 장영근 교수는 “연료를 많이 넣으려고 연료통을 키웠고 보조엔진을 4개에서 6~8개로 늘려 묶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동식발사차량(TEL)은 차축을 9축으로 늘려 새로 만들었다. 화성-14형 발사차는 바퀴 축이 8개였다. 덩치가 커진 화성-15형을 옮기려면 불가피한 조치였을 거라는 해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자체 생산인 만큼 다량 보유가 가능해 1차 발사 뒤 발사차가 파괴돼도 추가 발사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장영근 교수는 “탄두 형상을 자꾸 바꾸고 동체를 키워 기동성 저하를 감수했다는 건 일단 사거리부터 연장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려 서두른 흔적”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