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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이승엽만 ‘삼성맨’이 아니었다. 눈에 띄지 않던 숨은 ‘삼성맨’도 팀을 떠나는 아쉬움은 컸다. 힘들어도 다시 일어났던 ‘오뚜기’ 외야수 이영욱(32)이 10년 동안 뛴 삼성을 뒤로 하고 생애 처음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는다.
삼성과 KIA가 지난 29일 외야수 이영욱를 내주고 투수 한기주를 받는 1대 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삼성은 투수 자원을 늘리고 KIA는 외야수 김호령(25)의 상무 입대로 빈 자리를 백업요원 이영욱으로 보강했다.
트레이드 발표 후 이영욱은 본지와 통화에서 “예상 못했다”는 첫 마디를 내놓았다. 그는 “오전에 소식을 들었다”고 얼떨떨해 하면서 “트레이드 소식이 기사로 나가고 주변에서 엄청 연락이 많이 왔다. 동료들로부터는 ‘축하해야 하는 거지?’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이영욱은 ‘삼성맨’이라는 단어에 곧바로 반응했다. 동시에 옅은 탄식을 내뱉었다. 안타까움과 아쉬움, 긴장감이 섞인 묘한 기분이 전달됐다. 이영욱은 “10년 동안 뛰던 팀을 나가게 돼 지금도 믿기지 않고 기분이 이상하다”며 “떠나게 돼서 섭섭하고 아쉽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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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왼쪽)/사진=OSEN
2008년 2차 6라운드 41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은 이영욱에게 삼성 라이온즈파크가 있는 대구는 제2의 고향이다. 데뷔 첫 홈런의 추억도 대구에서 만들었다. 당시 시민구장으로 불렸던 홈 구장에서 데뷔 2년 차이던 2009년 6월 두산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렇게 짜릿한 첫 경험과 패배의 쓴 맛이 뒤섞인 대구를 이제 떠난다.
이영욱은 삼성에서 꽃피지 못한 ‘비운의 외야수’였다. 무엇보다 출전 기회가 적었다. 만회할 기회가 없어진 게 가장 안타깝다. 이영욱은 “좋은 모습을 많이 못 보여줘서 아쉽다”고 거듭 언급했다.
예상치 못한 부상이 그의 앞길을 가로 막기도 했다. 이영욱은 “올해 1군 경기를 거의 못 뛰어 가장 아쉽다. 부상만 없었어도 뭐라도 해봤을 텐데”라고 곱씹었다. 백업맨으로 주어진 상황에 충실히 임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올 시즌은 6경기 출전에 그쳤다. 안타는 하나도 치지 못했다. 그는 “한 곳이 아픈 게 아니라 이쪽 저쪽 조금씩 아팠다. 2012년 오른 손목 수술을 하고 돌아왔는데 또 부상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부상이) 지겨워서 재활에 힘을 많이 썼다. 또 부상을 안 당하려면 준비를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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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사진=OSEN
잘 나가던 시절은 이제 추억으로 남는다. 이영욱은 2012~2013년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한 뒤 2014시즌 복귀했다. 이영욱은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하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상무에 가기 전인 2011년에는 111경기를 뛰며 동국대 후배 사이인 배영섭(31)과 1번 타자 중견수 주전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이영욱은 대화 내내 ‘열심히’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아쉬움이 짙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 차례 부상과 적은 기회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버텼다. ‘오뚜기’ 같은 근성이 그의 가장 큰 무기였다.
이영욱은 “이제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고 싶다”고 강조하면서 “KIA가 나를 뽑은 목적이 있을 것이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회가 있지 않겠나. 주전 욕심이 없지는 않다”고 웃음으로 각오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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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사진=OSEN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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