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진료 방조’ 2심서 집행유예
법원 “朴 지시 거부 어려웠을 것”
대통령이 궁극적 책임 주체 강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묵인하고 최순실씨에게 차명 휴대폰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윤준)는 30일 의료법 위반 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경호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경호관에게 적용된 대부분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지만, 그의 지위나 범행내용 등에 비춰 1심 형량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던 이 전 경호관은 이날 선고 직후 풀려났다.
재판부는 의료법 위반 방조 혐의에 대해 “의료인이 아닌 기치료사를 박 전 대통령 관저에 데려가 의료행위를 하게 한 행위는 유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탄핵심판 당시 위증 혐의와 국회 청문회 불출석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 등에게 차명폰을 지급했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51대 중 6대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차명폰의 경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전 경호관 등이 (차명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경호관을 엄중히 꾸짖었다. 재판부는 “무면허 의료행위는 대통령을 가까이서 수행하는 행정관이자 경호관으로선 해선 안 될 행동”이라며 “국회에도 출석하지 않아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규명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위증을 한 행위와 국정농단 관련자들에게 차명폰을 전달한 행위도 처벌과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책임이 전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한 1심 판단은 과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위나 업무내용 등에 비춰 무면허 의료행위를 청와대 내에서도 받으려는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만큼 피고인에 대해선 비난 가능성이 작다”고 설명했다. 또 “차명폰을 제공한 것 역시 대통령의 묵인 아래 안봉근 전 비서관 등 상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면허 의료 책임이 있는 기치료사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은 등 형평성 문제, 이 전 경호관이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는 점, 이번 사건으로 청와대 경호관에서 파면된 점도 감형 이유로 설명했다.
이 전 경호관은 “제 무지함으로 지금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 데 대해 너무 참담하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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