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가 초대 총장 김활란 동상 앞에 설치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을 철거했다. 팻말을 설치한 학생들은 “재설치를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학교 측에 계속 항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0일 이화여대 관계자 및 학생들에 따르면 학생처는 27일 본관 김활란 동상 앞에 설치됐던 팻말을 철거했다. 앞서 학생처는 팻말을 설치한 ‘김활란친일행적알림팻말세우기프로젝트기획단’에 공문을 보내 ‘팻말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설치됐으니 24일까지 자진 철거하라’고 요청했다. 이어 2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김활란 동상의 의미를 일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대학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며 친일팻말 설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건물등의명칭부여에관한규정’을 들어 ‘형식과 절차를 거치지 않은 설치물을 철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같은 날 팻말은 제거됐다.
기획단은 입장문을 통해 ‘팻말을 치운다고 김활란 친일 행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학교가 교정 내 친일파 동상 문제에 대해 자기 성찰이나 토론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어진 기획단장은 “팻말을 치우는 것에만 급급해 최소한 통보도 없이 기습적으로 철거한 학생처를 29일 항의방문을 했다”며 “철거된 팻말은 임시적으로 학생 문화관에 전시할 예정이며, 재설치를 위한 논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단은 지난 13일 팻말을 설치했다. 설치비용은 1,000여명 학생들 모금으로 마련됐다. 팻말엔 ‘이화는 친일파 김활란의 동상이 부끄럽습니다’는 제목과 함께 친일 행적과 발언들이 기재됐다.
글ㆍ사진=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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