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 폭로 사건을 시작으로 각계로 번진 성폭력 고발이 워싱턴 정치권을 지나 이번엔 언론계를 강타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에만 미국에서 유명 언론인 3명이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이유로 잇따라 해고됐다.
이날 미국 NBC방송은 간판 앵커 맷 라우어(60)를 ‘직장에서의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이유로 해고했다고 밝혔다. NBC는 “라우어가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회사 동료의 고발을 접수했다”라며 “엄중한 조사를 통해 라우어가 회사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잡지 버라이어티는 라우어에 대한 익명 여성 3명의 고발을 소개하면서 “NBC가 그 동안 여러 차례 이런 고발을 접수했음에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서 라우어를 사실상 보호해 왔다”라고 전했다. 라우어는 NBC의 인기방송 중 하나인 아침 뉴스 쇼 ‘투데이’를 20년 넘게 진행해 왔기에 시청자들은 라우어의 성폭력적 행동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같은 날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의 데이비드 스위니 보도국장도 성희롱 혐의로 사임했다. NPR 경영진은 이날 오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스위니는 더는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스위니 국장은 여직원 3명으로부터 “강제로 키스하려 했다”는 등의 혐의가 제기됐다고 NPR 측은 설명했다.
또 지역방송 미네소타 라디오(MPR)는 ‘프레리 홈 컴패니언’을 진행하는 개리슨 킬러(75)를 해고했다. 킬러에 대해서는 여성의 허리에 손을 대는 등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로, 방송국은 외부 법무법인에 의뢰해 사건 조사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킬러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건은 MPR이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건이었다”라면서도 “나는 나이가 들었고 더 이상 이 문제를 다투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묘하게도 킬러는 28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역시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앨 프랭큰 민주당 상원의원을 옹호한 바 있다.
최근 CBS방송의 아침 뉴스프로그램 ‘디스 모닝’을 진행하는 앵커 찰리 로즈가 해고되고,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백악관 담당기자 글렌 트러시(50)가 성추행으로 직무정지를 당하는 등 언론계도 ‘와인스틴 현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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