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의 극우단체 ‘영국 우선(Britain First)’이 올린 이슬람 비판 동영상을 리트윗(공유)해 영국 총리 등의 비판을 받았다.
해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극우정당임을 주장하는 이 단체의 제이다 프렌슨 부대표가 트위터로 공유한 ‘이슬람교도가 폭력을 저지르는 영상’ 3개를 리트윗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이 영상은 실재하는 위협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리트윗을 옹호했지만 이들 영상은 진위 여부가 불분명하다. 우선 ‘이슬람 이민자가 목발 짚은 네덜란드 소년을 폭행’했다는 영상을 두고 미국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은 “그는 네덜란드 태생 거주자였고 네덜란드법에 의해 처벌됐다”고 확인했다.
‘이슬람 군중이 소년을 건물에서 떨어트린 후 폭행’했다는 영상은 2013년 이집트 반정부 시위 도중 찍힌 것으로 이 영상의 범인 중 1명은 이집트 당국에 처형됐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마지막 영상인 ‘무슬림이 성모 마리아상을 부수는 영상’은 등장하는 무슬림의 신원 등이 불분명하다.
영국우선은 과거 해체된 극우정당 영국국민당(BNP)의 일원들이 2011년 만든 정당으로, 반이민ㆍ반낙태를 표방하며 각종 유럽의회 선거에 후보를 냈지만 당선된 적은 없다. 온라인에서는 인기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정당이라기보단 무슬림 혐오를 선동하며 범죄와 기행을 저지르는 괴단체에 가깝다. 프렌슨 부대표는 공중에서 폭력적인 언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지난 11월 북아일랜드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미 2016년에는 공중에서 히잡 쓴 무슬림 여성을 향해 종교적 폭력을 가해 벌금형 판결을 받은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리트윗 사건은 미국보다 영국에서 더욱 격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영국 우선’은 거짓말을 퍼트리고 긴장을 촉발하는 증오 연설들을 통해 사회를 분열시키려고 한다”라며 “대통령이 그렇게 한 것은 잘못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전 극우 성향 테러범에게 살해당한 조 콕스 국회의원의 남편 브렌던 콕스는 “트럼프가 자기 나라(미국)에서 극우를 정당화하더니 이젠 우리 나라(영국)에서도 같은 짓을 하려 한다”라며 “증오를 확산하는 건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대통령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당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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