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CEO에 경고 메시지
일부 ‘셀프 연임’ 두고 작심 비판
KBㆍ하나금융 회장 겨냥한 듯
노동이사제 포석이란 분석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9일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을 향해 “내부 경쟁자를 없애고 연임을 하면 안 된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특정인이 거론되진 않았지만 금융권에서는 3연임을 추진 중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연임 과정서 노조와 갈등을 빚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장기ㆍ소액 연체자 지원 대책’ 발표 자리에서 최근 금융권 CEO 선임과 관련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새 정부 들어 금융권 CEO 인선이 진행되고 있는데 당국은 개입해서도 안 되고 실제 관여한 적도 없다”며 일단 확실히 선을 그었다.
차기 은행연합회장(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과 차기 우리은행장(30일 단독 후보 선정) 선임 등 과정에 과거와 달리 정부가 자율성을 보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 분들이 그런 그룹의 후원을 받아 계속 (협회) 회장에 선임됐는데, 그런 일이 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최 위원장은 일부 거대 금융그룹 CEO들의 ‘셀프 연임’ 행태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금융지주사는 특정 대주주가 없어 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만약 자기와 경쟁할 사람을 인사 조치해 자기 혼자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사실이라면 CEO로서 중대한 책무를 유기하는 것이며 금융당국이 (그때는) 책임감 있게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은 최 위원장의 발언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실제 윤종규 회장은 지난 9월 같이 후보로 올랐던 김옥찬 KB금융 사장과 양종휘 KB손해보험 사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단독 후보로 올라 무난히 연임에 성공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회장도 3연임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궁극적으로 최 위원장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 공약인 ‘노동이사제’를 금융권에 정착시키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코스콤 노사는 금융권 최초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검토하는데 합의했다. 금융위의 혁신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곧 내놓을 권고안에 이를 포함시키기로 했고, KB금융 노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사외이사 추천안을 재상정할 예정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일련의 시도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사측도 강한 반대를 할 수 없도록 사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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