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방장관ㆍ방위장관 연이어
신속한 위기관리 태세 눈길
아베 “폭거 용인할 수 없다”
29일 새벽에 이뤄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일본 정부는 미사일이 채 낙하하기도 전에 기자회견을 열만큼 빠르게 대응했다. 일본 국민이 잠을 깼을 때는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마친 뒤였다. 미사일이 열도를 통과하지 않아 취침시간 요란한 ‘J얼럿’(전국순간경보시스템)을 가동하진 않았지만 정부는 긴박한 위기관리 태세를 보여줬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것은 지난 7월28일 이후로 총 7번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발사 추정시간부터 불과 44분이 지난 오전 4시 2분 총리관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상황을 국민에게 공식 발표했다. “오전 3시 18분쯤 북한 서안지역에서 발사된 미사일 1발이 4시 11분쯤 일본의 EEZ내에 낙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긴급하게 알렸다. 이는 동해쪽 아오모리(靑森)현 앞바다 낙하추정 시각인 4시 11분보다 9분 빠른 대국민 발표였다. 정보포착 시점과 거의 동시에 대국민 전달이 이뤄질 만큼 신속한 움직임이다.
뒤이어 오전 5시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장관이 기자들에게 미사일이 4,000㎞가 넘는 역대 최고 고도로 쏘아올려져 53분간 960㎞를 비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로프티드(loftedㆍ고각) 궤도 발사로 추정된다고 관련 정보를 추가했다.
이런 초스피드 대응은 일본식 내각제 시스템 운용과 무관치 않다. 정부기관이나 국회의사당 모두 총리관저가 있는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나가타쵸(永田町)에 집약돼있다. 국가의사결정과정에 행정부와 입법부가 한 몸처럼 엮여 움직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공저(公邸ㆍ숙소)에서 나온 시각은 오전 5시 53분. 1분 후 관저에 도착해 입구에서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55분부터 1분간 대국민메시지를 내놓았다. “북한이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국제사회의 평화적 해결의지를 짓밟은 폭거를 용인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총리는 곧바로 6시 10분부터 26분까지 NSC각료회의를 연 뒤 35분부터 58분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일본언론은 총리가 관저입구에 도착한 상황부터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관저 로비에 진을 치고 총리의 이동시각만 메모하는 신참 기자들을 배치해놓을 정도다. 한곳에 집약된 ‘국가행정타운’안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일본 시스템이 빠른 대응과 대국민 소통이 이뤄지는 배경인 셈이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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