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그 많던 프로게이머, 다 어디로 갔을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그 많던 프로게이머, 다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17.11.30 04:40
21면
0 0

#1

평균 18세에 데뷔

고졸ㆍ중졸 70%

20대 중반에 은퇴

#2

코치 되는 문 좁아

방송BJ로 전직 많지만

경력 관리 쉽지 않아

지난 19일 게임사 액토즈소프트가 부산 벡스코 ‘지스타 2017’에서 연 e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많은 방문객들이 몰렸다. 코리아타임스
지난 19일 게임사 액토즈소프트가 부산 벡스코 ‘지스타 2017’에서 연 e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많은 방문객들이 몰렸다. 코리아타임스

20.3세. 이 꽃다운 나이가 국내 프로게이머들의 평균 연령이다. 대게 10대 후반에 데뷔해 20대 중반이 채 되기 전에 리그를 떠난다. 전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 임홍규(23) 씨도 그랬다. 17세 SK텔레콤 T1 팀에 입단했던 임 씨가 은퇴할 때 나이는 19세다. 지금은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TV에서 스타크래프트 방송 BJ ‘액션홍구’로 활약 중이다. 그는 “스타크래프트 말고 다른 일은 할 줄 아는 게 없다”며 “경제적 여건도 좋지 않아 용돈 벌이로 시작했다”고 BJ로 전향한 이유를 말했다.

29일 e스포츠 업계에 따르면 프로게이머 활동을 접은 선수들이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팀 해체, 프로리그 종료 등으로 갈 곳을 잃은 이들이 BJ 행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베스트BJ를 수상한 임 씨는 전향 후 일이 잘 풀린 편이다. “선수 시절 2군 소속으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그는 “2군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거의 기계처럼 연습하고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방송은 여유롭게 즐기다 보니 오히려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선수 때보다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할 수 있어, 그는 전업 BJ가 됐다. 현재 아프리카TV에서 활동 중인 프로게이머 출신 BJ가 186명으로 임 씨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BJ 쏠림 현상을 씁쓸하게 바라본다. 은퇴 나이가 어린데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책은 부족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에 따르면 현역 프로게이머 중 은퇴 후 하고 싶은 일로 BJ를 꼽은 경우(30.4%)가 e스포츠 코치ㆍ감독(34.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으며, 다른 직업에 도전(15.9%)하거나 학업에 집중(4.9%)하겠다는 선수는 적었다. 선수들이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 역시 불투명한 진로 문제(52.5%)다.

올해 기준 국내 프로 게임팀 소속 선수는 167명이지만, 2군과 연습생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전 세계로 따지면 3억3,5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이 중 e스포츠 코칭스태프가 돼 안정적으로 경력을 이어가는 경우는 극소수다. 임 씨는 “1군 중에서도 잘하는 사람만 가능한 일”이라며 “웬만한 선수들은 BJ로 넘어온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선수로서 활동 기간을 보장받는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평균 18.3세에 데뷔하는 프로게이머들이 기대하는 본인 은퇴 나이는 27.9세다. 10년 정도는 선수로 활동하기를 원하지만, 국내 선수 중 25~26세 선수는 4.1%에 불과하며, 27세 이상은 극히 드물다.

한콘진 관계자는 “프로게이머는 전성기가 짧고, 그나마 전성기도 어린 나이에 지나간다”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아 은퇴 후 진로나 경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프로 선수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45.9%)이 가장 많고 중학교 졸업이 31.1%다. 이 관계자는 “프로게이머가 직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은퇴 후 지원 센터나 기관이 없다”며 “그러나 급속도로 시장이 커지며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는 이들도 빠르게 늘고 있어 앞으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