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품서 아트로핀 든 약병 발견
이전부터 독극물 암살 우려한 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올해 2월 말레이시아에서 독살될 당시 가방 속에 화학무기 해독제를 휴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정남이 평소 독극물에 의한 암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를 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베르나마통신 등 말레이시아 언론에 따르면 현지 화학청 소속 독물학자인 K. 샤르밀라(38) 박사는 이날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사건 공판에서 그의 소지품 중에 아트로핀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샤르밀라 박사는 “3월 10일 경찰로부터 독성검사를 위해 넘겨 받은 사망자 소지품에서 아트로핀 12정이 든 약병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아트로핀은 김정남 살해에 사용된 화학무기 ‘VX 신경작용제’의 대표적 해독제이다.
VX에 노출되면 혈중 신경전달물질 분해 효소가 급감하면서 근육마비가 초래돼 사망으로 이어지는데, 아트로핀을 중독 초기에 투여할 경우 마비 증세를 늦춰 그만큼 살아날 가능성이 커진다. 김정남이 피습 직후 해당 약물을 복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아트로핀을 휴대한 점으로 미뤄 이전부터 독극물 암살 가능성을 상당히 우려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2월 1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공항 내 진료소로 옮겨진 뒤 발작을 일으켰다. 의료진이 뒤늦게 아트로핀을 투여했으나 김정남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 도중 숨졌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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