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선고
“법 감정 무시”비난 쏟아져
전주지법 정읍지원 형사합의부(부장 진광철)는 29일 제자 수십명을 상습적으로 추행한 혐의(아동ㆍ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로 기소된 부안여고 체육교사 박모(50)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박씨에게 2년간 보호관찰과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아동학대방지강의 40시간,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박씨는 지난 2015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50차례에 걸쳐 어깨와 손, 허리 등을 만지는 방법으로 제자 24명을 성추행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비슷한 기간 ‘선생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점수를 올려준다’고 말하는 등 제자 5명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며 성희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밖에 박씨는 지난해 4월 한 제자에게 ‘강당 무너지겠다. 살 좀 빼라’는 말로 정서적 학대를 일삼고 2015년에는 제자 1명을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학생들의 처지나 심리적 상태를 이용해 다수의 학생들을 추행하고 학대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정서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있는 학생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과 성적 수치심이 작지 않고 일부 피해자들의 경우 상담치료를 받거나 전학을 고려하는 등 건전한 성적 가치관의 형성과 진로 결정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추행이나 아동학대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고, 피고인이 초범인 점,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재범위험성이 중간 수준에 해당해 교화ㆍ개선의 가능성이 있는 점, 향후 상당한 기간 동안 아동관련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게 돼 동종 범행에 대한 재범의 우려가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박씨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킨 사안임에도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법 감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부안지역 한 학부모는“너무 약한 처벌이다. 용기를 낸 피해 학생들이 또다시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반발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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