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15분 동점골, 시즌 5호골
디종 1-2로 졌지만 박수 받아
“이재성(25ㆍ전북)과 권창훈(23ㆍ디종)이 핵심이다.”
한 달 사이 축구대표팀이 180도 달라진 비결을 신태용(48) 감독은 이 한 마디로 정리했다.
한국은 지난 달 러시아(2-4 패), 모로코(1-3)와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부진해 큰 비난에 시달렸다. 그러나 지난 10일과 14일, 콜롬비아(2-1 승)-세르비아(1-1 무)와 2연전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 분위기를 바꿨다. 신 감독은 “좌우 측면 미드필더인 이재성과 권창훈은 부지런히 수비에 가담했다가도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두 선수가 팀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권창훈은 이후 소속 팀에 돌아가서도 연일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고 있다.
그는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프로축구 아미앵SC 원정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0-1로 뒤지던 전반 15분 동점 골을 터뜨렸다. 절묘한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문 왼쪽 구석을 뚫었다. 지난 18일 트루아, 26일 툴루즈전에 이은 3경기 연속 득점, 시즌 5호 골이다. 디종은 1-2로 졌지만 권창훈에게는 박수가 쏟아졌다.
2013년부터 한국 프로축구 수원 삼성에서 4시즌을 뛴 권창훈은 지난 1월 디종으로 이적했다. 중동의 여러 팀이 제시한 거액의 연봉에 흔들리지 않고 유럽행을 택했다. 입단 초기 부상 등으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일단 적응에 성공하자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프랑스로 무대를 옮긴 지 7개월 만인 지난 8월 스타드렌과 경기에서 데뷔 골을 신고한 뒤 이후 4골을 더 보태며 팀 내 주력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 20일에는 프랑스 유력매체 레퀴프가 선정한 라운드 베스트 11에도 이름을 올렸다.
권창훈은 ‘축구’ 밖에 모른다. K리그에서 뛸 때도 겨울 휴가 때면 여행 대신 지리산 산골로 들어가 심신을 치유하곤 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진중하고 심지가 굳어 수원 선수들 사이에서 ‘애늙은이’로 불렸다. 권창훈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는 걸 바로 옆에서 목격한 뒤 혹시 아버지 건강에 해가 될 까봐 ‘이거 사 달라’ ‘저거 해 달라’라고 조른 적 한 번 없다고 한다.
사실 그가 올 초 프랑스 리그로 갈 때 팀의 인지도가 너무 낮은 아니냐며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있었다. 디종은 5부 리그에서 시작해 주로 2부 리그를 전전하다가 올 시즌 창단 이후 두 번째로 1부 리그에 진입한 팀이다. 올 시즌 디종은 13위다. 하지만 권창훈은 이름값만 높은 팀에서 벤치를 지키는 것 보다 뛸 수 있는 팀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PSV아인트호벤(네덜란드)을 거쳐 ‘꿈의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로 뻗어나간 박지성(36ㆍ은퇴)과 같은 길을 걷겠다는 판단이었고,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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