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인 이동권 확대 위한
환승지도 만드는 ‘무의’ 지원
18개역 이어 다음달 23개 추가
내년 유니버설디자인센터 출범
“유니버설디자인(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한 디자인)은 배리어 프리(무장애)와 다르다. 장애 요소를 제거해 차별을 없애는 게 아니라 애초에 모든 이가 불편이 없도록 설계하는 게 유니버설디자인이다.”
서울의 디자인 정책 사업 수행기관인 서울디자인재단은 최근 유니버설디자인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초 장애인 인식 개선과 이동권 확대 운동을 하는 협동조합 ‘무의’와 손잡고 환승 경로가 복잡한 18개 지하철역의 환승 지도를 제작했다. 무의 구성원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환승 경로 정보를 모아 만든 환승 지도를 토대로 정밀한 환승 지도를 별도로 제작했다. 다음달에는 무의와 함께 23개역 환승 지도를 추가한다.
29일 만난 이근(58)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배리어 프리는 사회적 약자의 신체적 한계를 보완하지만 장애인을 특별한 존재로 부각시키는 문제점이 있다”며 “본격적인 고령사회 도래와 함께 유니버설디자인 중요도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우자동차 디자인센터 책임연구원을 지낸 한국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 사람으로 2015년 4월 3년 임기의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자동차 디자인이 보이는 디자인이었다면 재단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사회 각 요소에 꼭 필요한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그가 말하는 “보이지 않아도 삶을 윤택하게 하는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다. 지난 4월 직접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이동 체험을 하기도 했던 이 대표는 “휠체어 체험으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확산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상상 이상으로 많음을 알게 됐다”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은 전 세계 디자인업계의 책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서울 중랑물재생센터에 문을 연 ‘서울새활용플라자’ 위탁 운영도 재단의 중요한 사업이다. 폐자원에 디자인으로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새활용(Upcycling)’이라는 개념은 그의 디자인 철학과 닮았다. 그는 “비우고 걷어내 원형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디자인이 필요한 시대”라고 설명했다.
디자인으로 서울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관으로서 재단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운영을 통해서도 다양한 디자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DDP 내에 세미나와 강연, 네트워킹 파티 등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위한 공동 사무실 ‘크레아’를 열었다. 내년에는 유니버설디자인센터를 정식으로 열어 도시 인프라로서 유니버설디자인 연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산업 디자이너 출신으로 욕망과 소비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는 일종의 원죄 의식을 갖고 있다”며 “해결이 필요한 사회 문제를 발견해 그 문제의 본질을 밝혀 내는 게 이 시대 디자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