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 수용 규모… 오후 6시~새벽
휴대폰 충전기·안마의자 등 구비
“쉼터에서 휴대전화도 충전하고 사람도 충전하는 거죠.”
5년째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고 있는 이상국(44)씨가 외투 주머니에 양손을 넣더니 휴대전화 배터리 2개를 꺼내 보였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서울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씨는 29일 합정역 6번 출구 인근에 문을 연 서울시 3호 이동노동자 쉼터를 찾아 “시설을 둘러보니 마음에 쏙 든다”며 “휴대전화 충전할 데가 없어 대리기사들은 다 배터리를 몇 개씩 챙겨 다니는데 이제는 그런 번거로움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대리기사를 위한 지원 시설이 생긴 게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씨는 “대기 시간을 손님 차나 겨울에는 주로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있는 365코너, 편의점에서 보내곤 했었는데 ‘대리기사’라는 이름을 내건 장소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마포구 독막로5(합정동) 송백빌딩 3층에 서초구와 중구에 이어 세 번째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를 열었다. 대리기사, 퀵서비스 기사, 학습지 교사처럼 특정한 업무 장소 없이 일하는 이동노동자들이 휴대전화 충전을 하거나 개인 용무를 보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합정 쉼터는 한 번에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65㎡ 규모로, 휴대폰 충전기와 컴퓨터, 안마 의자, 발 마사지기, 건식 족욕기가 구비돼 있다. 아직 1~2%에 그치지만 여성 대리기사들을 위한 여성 전용 휴게실도 마련했다. 합정 쉼터는 주중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운영된다. 합정은 신논현역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일대 대리기사들이 많이 모이는 대표적인 지역이라 쉼터가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이 일대 대리기사는 1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는 특히 쉼터를 단순 휴식 공간이 아니라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동노동자들이 각종 건강검진, 복지ㆍ법률상담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문종찬 서울노동권익센터장은 “대리기사들의 50%가 자영업을 하다 실패해 진입하신 분들이라 신용불량자도 꽤 된다”며 “이런 분들에게 복지나 법률 상담이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3월 전국 최초로 신논현역 인근에 문을 연 이동노동자 쉼터는 광주, 경남 창원시 등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서울시내 ‘서초 쉼터’와 ‘장교 쉼터’ 역시 이동노동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누적 방문자가 총 2만6,000명을 돌파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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