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소재 A대학 4학년생인 박모(25)씨는 최근 모교 학생들로 구성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탈퇴했다. 부적절하게 쏟아지는 게시물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이 커뮤니티에선 성폭행 피해자 사진 정보 공유나 지역 비하 및 각종 차별적 발언 등을 포함한 원색적인 내용들도 빈번하게 올라왔다. 그는 “예전의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는 취업이나 맛집 정보를 나누고 중고물품을 거래하면서 학생들에겐 유용한 공간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부정적인 내용들로 채워지고 있다”며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온라인 사랑방으로 여겨졌던 대학생들의 모교 인터넷 커뮤니티가 편향적인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의 경우 성적인 내용이나 특정 집단에 대한 비난 등의 글들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소재 B대학 재학생인 임씨(27)는 “학벌주의가 심해졌으면 좋겠다는 글도 모자라 성폭행 피해자의 외모를 평가는 글도 올라온다”며 “모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성 비하, 차별 조장 등 문제가 될 만한 주제로 글을 쓴 학생이 내 옆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나마 운영자나 관리자가 있는 커뮤니티에선 이런 게시물 삭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황이 나은 편이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커뮤니티보다 시간표를 만들 수 있는 응용 소프트웨어(앱)을 많이 이용하고 소통하면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해당 앱은 자동신고시스템을 통해 문제 있는 게시물을 삭제한다고 하지만 학교 커뮤니티보다 관리 체계가 엉성하다. 문제 소지가 있는 글이라도 ‘반대’가 적으면 블라인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 소재 C대학교를 다니는 황씨(27)는 “게시물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학교 커뮤니티보다 자유로운 주제에 자극적인 글이 많은 앱 게시판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며 “실질적으로 앱에 더 많은 게시물이 올라오고 문제가 될 법한 내용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대학교 커뮤니티가 논란의 중심이 아닌 모두에게 유익한 공간이 되기 위해선 이용자의 인식 전환이 절실해 보인다. 숭실대 커뮤니티 YOURSSU 운영진은 “부적절한 게시물로 상처받는 사람이 교내에서 지나가다 만날 수 있는 친구라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YOURSSU 운영진은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커뮤니티가 부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일상을 공유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학생들은 의사표현에 따른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운영진도 피해 예방을 위해 커뮤니티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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