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닷새간 국내 최초로 서울에서 제25차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ㆍ총재 장주호) 세계총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국제기구 체육계 거물들을 포함해 90개국 600여 명의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생활체육 성공사례 정보를 교환했으며 말미에는 2030년까지 세계 생활체육에 방향을 제시하는 ‘서울 선언문, TAFISA 미션 2030’을 채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TAFISA는 보다 건강하고 보람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세계적인 생활체육운동을 전개ㆍ총괄하는 국제 생활체육단체다. 177개 회원국을 보유한 TAFISA를 이끄는 수장 장주호(80) 총재는 한국을 넘어 세계 생활체육이 나아갈 길을 한결같이 깊게 고민하고 있다. ‘생활체육의 아버지’라 불리며 체육 외길 인생을 걸어온 장 총재를 만나기 위해 서울 올림픽공원 안에 자리한 세계생활체육연맹 사무실을 찾았다.
27일 방이동 세계생활체육연맹 사무실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장주호 총재/사진=임민환 기자
- 국내 최초로 열린 TAFISA 총회, 어떻게 개최될 수 있었나.
“TAFISA 총회가 1969년부터 매 2년마다 지속돼 왔지만 나름 스포츠 강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여태껏 이런 총회가 없었다. 2013년 네덜란드 총회서 총재로 당선된 직후부터 국내 대회 유치를 마음먹고 추진했다. 이번에도 3개 도시가 경쟁한 끝에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양자 구도가 됐지만 탄자니아에 직접 양해를 구해 제 25차 총회를 서울로 확정했다.”
-국내 개최에 힘쓴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면.
“무엇보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있고 한국도 스포츠 강국으로서 면모를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알리는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 것이 서울 총회를 개최한 주요한 이유였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는 남북한 긴장 상황과 북핵 문제 등을 비롯한 국제적 문제를 스포츠와 생활 체육을 통해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
-마무리된 서울 총회를 평가하자면.
“전 인류가 스포츠 운동 참여를 통해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2018년부터 약 12년 동안 세계 생활체육에 방향을 제시하는 ‘서울 선언문, TAFISA 미션 2030’을 채택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생활체육의 새로운 역사가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총회는 감회가 새롭다.”
-‘세계 생활체육의 중추’ TAFISA, 어떻게 시작됐나.
“먼저 TAFISA 모임의 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활체육분야에 종사하거나 관심이 있는 국제 인사들의 비정기적 모임에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Trim and Fitness'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생활체육은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오늘날, 전 인류와 세계는 기후 변화에서부터 테러, 핵전쟁 등 다양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운동과 체육 활동을 통해 교류하면 긴장이 완화되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생활체육은 인종, 종교, 사회 경제적, 정치적 상황의 영역을 넘어 사람들 사이에 연대를 형성한다. 또한 환경 비용과 경제 비용을 감소시키며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하고, 평화를 만들어내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27일 방이동 세계생활체육연맹 사무실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장주호 총재/사진=임민환 기자
-TAFISA가 평소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 달라.
“TAFISA에서는 지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약 1년 동안 조사해 프로그램을 고안한 뒤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 세계 회원국에 보급하고 확산한다. 1991년부터 시작한 걷기 대회부터 매년 50개국과 3,300개 이상의 단체로부터 5,50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월드 챌린지 대회’가 그 예다. 나는 TAFISA가 엘리트 체육을 대표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보다 세계 인류를 위한 공헌도가 훨씬 높다고 자부한다.”
-엘리트 선수 출신 장주호 총재, ‘왜 하필 생활체육인가.
“과거 1961년 호주유도사범 대학에서 체육을 공부한 뒤 YMCA 장학금을 받아 1962년 미국 스프링필드 대학으로 진학했다. 스프링필드 초대 학장을 지내셨던 분이 의사이자 목사 출신인 루터 귤릭인데 그 분을 흠모하며 생활체육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에 따르면 의사는 병이 걸리고 난 뒤 고치고 목사는 정신적으로 영적인 관계를 다스린다면 체육은 몸도 정신도 건강하게 단련해 병도 걸리지 않게 한다고 했다. 결국 그는 의사, 목사를 접어두고 체육 지도자를 양성하는 길을 걸었고 이것이 내 심금을 울렸다.”
-미국에서의 경험이 생활체육에 귀의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한 번은 뉴욕 YMCA 활동 당시 체육관에 들어가니 백발의 허리 구부정한 할아버지 구령에 맞춰 100여 명의 노인들이 체조를 하고 있었다. 그 때로서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언제 이렇게 훌륭한 체육관에서 음악에 맞춰 운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또 미국 중고등학교 체육관에 들어서니 벽에 ‘미국의 내일의 지도자는 오늘 여기에서 길러진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체육이 이렇게 중요하구나’하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이러한 해외 경험을 토대로 국내로 복귀해 YMCA 등을 거치며 생활체육 보급에 힘쓰게 됐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이번 서울 총회 임원진 선거에서 TAIFSA 수장으로 재추대 됐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8년 동안 세계 생활체육의 중심 TAFISA 조직을 책임지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조직에서 물러나는 그날까지 생활체육 보급과 전 세계 인류 복지 증진을 위해 끝까지 힘쓸 생각이다.”
27일 방이동 세계생활체육연맹 사무실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장주호 총재/사진=임민환 기자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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