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형교회의 경우 목회 활동비를 아무런 증빙 처리 없이 쓸 수 있어 교회 내 ‘특수활동비’로 불리기도 한다. 종교 활동비 비과세는 일부 고소득 종교인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이다.”
강석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재정성투명위원회 소속 목사는 28일 정부가 종교인과세 항목에서 ‘종교 활동비’를 제외하기로 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강 목사는 “고소득 종교인과 저소득 종교인, 나아가 종교인과 일반 근로소득자들 사이의 조세 형평성까지 저해할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가 종교 활동비를 비과세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데 대해 일부 대형 교회 담임목사들만 혜택을 보게 돼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당초 지난 2015년 기재부의 세법 개정안에 담긴 종교인 과세 시행령의 비과세 항목은 입학금과 수업료 등 교육비, 식사ㆍ식대, 여비, 종교 의식에 사용하는 의복 및 물품, 천재지변 등 재해로 인해 받은 지급액 등으로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기재부는 27일 종교 활동비를 비과세 항목에 추가했다. “포교 등 공적인 종교 활동 수행을 위해 종교인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는 개인소득으로 볼 수 없다”는 일부 기독교계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NCCK 등 일부 진보 기독교계는 이 같은 비과세 혜택이 결국 종교 활동비를 지급할 수 있는 일부 대형교회에게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강 목사는 “국내 교회에서 교회 신도들의 헌금으로 자립할 수 있는 교회는 20~25%에 불과하다“며 “이중 담임목사에게 목회 활동비를 지급할 여력이 되는 교회는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근로자ㆍ사업자로 치면 ‘초고소득층’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 같은 목회 활동비가 교역자 개인의 ‘쌈짓돈’처럼 쓰일 경우 고소득 목사들의 합법적인 탈세의 여지도 없잖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비과세 범위를 과세당국이 아니라 사실상 종교단체가 스스로 규정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시행령 개정안은 종교 활동비를 종교단체의 규약, 또는 의결기구의 의결ㆍ승인을 거쳐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교회 공동의회가 목회 활동비 외에도 종교인 도서비, 수양비, 통신비, 사택 월세까지 종교 활동비에 포함시킬 경우 과세당국은 해당 소득에 과세할 방법이 없다.
특히 이런 비용들이 ‘종교인’ 회계가 아닌 ‘종교단체’ 회계로 구분돼 기록ㆍ관리되면 세무조사도 불가능하다. 종교인과세 세무조사는 종교인 회계장부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회계사인 최호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은 “세법 원칙을 국가 아닌 종교단체가 정하겠다는 얘기”라며 “목사가 월급 대신 종교 활동비만 받으면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세무조사도 받지 않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종교 활동비(비과세)와 순수 소득(과세) 구분은 종교단체에서 결정한다는 원칙을 존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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