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연고 김지완, 이동빈 이어
김태영 은행협회장 내정 ‘뒷말’
당사자 대부분 “언론서 처음 들어”
지난 27일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김태영(64)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가 막강 후보들을 물리치고 ‘깜짝’ 내정되자 금융권에서는 “또 ‘부금회’가 요직을 꿰찼다”는 말이 나왔다. 부금회는 지난해 3월 수도권에 근무하는 부산 연고 금융인 50여명이 모여 만든 사교 모임이다.
새 정부 들어 부산 연고 인사가 4명이나 금융권 수장이 되면서 부금회는 과거 ‘고금회(이명박 정부 시절 고려대 출신 금융인 모임)나 ‘서금회’(박근혜 정부 시절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에 비견되며 순식간에 막강 파워집단으로 관심을 받게 됐다. 하지만 부금회로 지목된 이들 4명 중 3명은 정작 “부금회가 실제 모임이냐”고 되물을 만큼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장기간 ‘낙하산’ 인사구도에 익숙해진 금융권에서 새 인사가 날 때마다 어떻게든 ‘라인’으로 엮으려는 경향이 빚은 해프닝이란 촌평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 출신의 김태영 내정자는 1971년 농협중앙회 입사 후 2012년까지 40년 넘게 금융업무를 담당하고 신용부문 대표(은행장)까지 지낸 정통 금융맨이다. 비관료 출신인데다, 하마평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터라 금융권에선 ‘어떤 연줄’인지를 두고 분석하기 바쁜 상황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김 내정자가 ‘부산 출신’이란 점이다. 이 때문에 부금회로 묶였는데 이에 대해 그는 “모임 이름조차 생소하다”며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다.
부금회 멤버로 알려진 다른 CEO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앞서 선임된 김지완(71ㆍ부산 출신) BNK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이동빈(57ㆍ부산대 경영학과) Sh수협은행장, 정지원(55ㆍ부산 출신)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부금회로 분류됐다. 하지만 김 회장과 이 행장은 모두 “금시초문”이라며 “그쪽에 줄을 대거나 참여한 적이 없다. 부금회로 묶여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부금회 소속은 정 이사장이 유일하다. 정 이사장은 장남식 전 손해보험협회장 등과 지난해 부금회를 결성하고 지속적으로 세미나도 열어 왔다.
부금회가 지난 정부에서 결성된 탓에 문재인 정부의 새 인사 코드로 묶는 것은 오히려 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 이사장이 낙점될 당시 거래소 노조는 “보수 정치권이 주도하는 지역 사조직(부금회)에서 활동한 점이 우려스럽다”고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금융권 경력이 없는 인물을 낙하산으로 꽂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금융 전문가가 CEO가 되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특정 지역만으로 인물들을 묶는 건 무리한 해석 같다”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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