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과 적대행위로 고통ㆍ슬픔
국민 모두 기본권 보장받아야”
인권탄압에 대한 사실상 비판
수치 “모두의 안전 보장이 목표”
미얀마를 방문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의 미래는 ‘각 소수민족’의 권리를 얼마나 존중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로힝야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종족간 화합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얀마가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로힝야족 사태 해결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교황의 미얀마 방문은 처음이며, 불교국가 미얀마는 교황청과 지난 5월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28일 이틀째 미얀마를 방문중인 교황은 이날 오후 수도 네피도 대통령궁에서 미얀마 정부 주최 공식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미얀마 국민들이 내전과 적대행위로 고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큰 슬픔에 빠져 있다”며 “미얀마를 고향으로 여기는 모든 이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혈탄압을 피해 이웃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로힝야족을 미얀마가 끌어 안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미얀마는 사회 구성원간 배려와 다양한 민족간의 상호 존중에 기반한 평화로운 사회여야 한다”며 “미얀마의 미래는 각 소수민족의 권리를 얼마나 존중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로힝야’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교황의 발언 수위는 예상보다 높았다는 평가다. 현지 매체의 한 소식통은 “유엔도, 미국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소식통은 “‘로힝야’가 생략됨으로써 정부군이 소수 민족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다른 내전까지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앞서 교황은 이 자리에서 ‘로힝야’를 직접 언급하며 사태를 중재할지 여부에 관심을 모았다.
이에 대해 아웅산 수치 자문역은 “정부는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살려 모든 이들의(for all) 권리와 안전을 보장하고 관용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리와 안전 보장의 객체를 모호하게 규정함으로써 로힝야족 문제에서는 비켜섰다.
앞서 교황은 이날 오전 양곤에서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종교에는 각기 다른 가치와 풍요로움, 차별성이 있다”며 “서로 다른 종교가 전통과 풍요로움을 나누는 것은 평화로운 삶 속에서만 가능하고, 평화는 다양성의 조화를 통해 성립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불교 지도자인 시따구 사야도와는 별도의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와 함께 로힝야족 유혈탄압과 관련, 비판 받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8월 25일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시작된 유혈탄압으로 이웃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로힝야족은 3개월 만에 62만명을 넘어섰다. 국제적 비난이 고조되자 미얀마는 현재 방글라데시와 협정을 맺고 난민 캠프에 머물고 있는 로힝야족을 송환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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