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를 합법화한 ‘연명의료결정법’의 내년 2월 시행에 앞서 이뤄진 시범 사업이 한 달을 지났다. 보건복지부가 28일 공개한 사업 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합법적 연명의료 중단으로 죽음을 택한 환자는 7명이었다. 말기 환자로 회생 불가능한 상황에서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한다는 계획서를 작성한 사람은 11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상담을 받은 환자의 4분의 1 정도다. 반면 건강한 사람들이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2,200건에 가깝고,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결과에 비추어 죽음을 받아들이기 주저하는 환자들의 불안과 질 높은 죽음에 대한 다수의 적극적 바람의 교차가 엿보인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생명 연장만을 위한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생명으로 태어난 이상 죽음이란 결국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점을 받아들여 최소한의 품위를 갖고 삶의 마지막을 맞게 하자는 취지다. 해외에서도 법제화한 나라가 여럿이고 국내에서도 고령자의 절대 다수가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반대한다는 조사가 있다. 한국이 주요국 가운데 ‘죽음의 질’이 상당히 낮은 국가에 속한다는 자료도 이 법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법 시행을 앞두고 이런저런 보완 과제가 제기되고 있다. 법에 따르면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ㆍ임종기 환자여야 작성할 수 있는데 실제 그 상황에서는 작성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 가족 전원과 의사 2명의 확인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규정도 무연고자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의 최근 개정 권고도 이런 점에 주목했다. 말기ㆍ임종기 환자뿐 아니라 수개월 이내 임종 과정이 예측되는 환자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말기환자 진단 후 담당의사 1인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라는 등의 권고는 적극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연명의료 중단은 죽음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웰다잉’ 여건을 갖추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임종기 환자를 보살피는 호스피스 환경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호스피스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건강보험 적용 등 관련제도도 갖춰지고 있지만, 여전히 완화의료전문기관당 평균 호스피스 병상은 말기 암환자의 10%인 16개에 불과한 수준이다. 존엄한 죽음은 연명의료 중단만이 아니라 환자의 마지막 길을 잘 보살필 수 있는 호스피스 환경을 충실히 갖추어야 비로소 가능함을 분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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