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내몰려 저소득층에 불리
아이들간 격차 더욱 벌어질 것”
“이미 초등 1,2년 정규 영어 금지
정책 일관성 측면 폐지 바람직”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가정을 위해 초등 1, 2학년 방과후학교 영어 교육(방과후 영어)을 유지해야 할까. 아니면 1, 2학년 정규 영어 수업이 금지된 만큼, 방과후 학교도 보조를 맞추는게 옳은 걸까.
내년 3월 폐지를 앞두고 있는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를 두고 교육계 공방이 뜨겁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방과후 영어를 둘러싼 갈등은 정부가 2014년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을 시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교육부는 초등 1, 2학년 정규 영어 교육을 금지하면서도 방과후 영어는 2018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뒀다. “방과후 영어마저 곧장 금지하면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일부 고려한 조치”라는 게 당시 교육부 설명이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는 방과후학교 영어 강사와 학부모 등 60여명이 모여 1, 2학년 방과후 영어 유지를 요구했다. 방과후 영어는 주 3~5회 각 50분 수업에 월 3만~10만원 정도. 초3 학부모 전모(35)씨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아이들은 이미 영어유치원 등을 통해 회화까지 떼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에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친대도 이미 격차가 벌어져 있다”며 “공교육 내 최소 장치인 방과후학교 내 영어 교육마저 금지되면 아이들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초교 방과후학교 영어 강사 A(35)씨는 “맡고 있는 1~6학년 총 80명 학생 중 1, 2학년이 44명에 달한다”며 “맞벌이로 돌봄을 받기 힘든 아이들을 어우르는 곳이고, 영어 수업을 한다고 해도 알파벳이나 간단한 영어노래 등을 가르치기 때문에 선행학습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책의 목표, 법적 일관성 면에서 폐지가 옳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기 지역 초교 교사 최모(34)씨는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정부 목표가 잘 실현되려면 방과후 영어 정책도 보조를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며 “방과후 영어가 계속 허용되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선행학습을 해도 된다는 신호로 읽힐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아이들의 교육 격차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찬반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지만 초등 1, 2학년 대상 방과후 영어는 금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며 “정부는 사교육에 대한 관리ㆍ감독 강화는 물론,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3학년 정규과정을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을 병행해 학부모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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