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소수자 강연 내리고 ‘차별금지’ 항목 없애고… ‘민원’으로 둔갑한 혐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소수자 강연 내리고 ‘차별금지’ 항목 없애고… ‘민원’으로 둔갑한 혐오

입력
2017.11.28 18:44
0 0
지난 27일 CBS의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15분'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의 활동가 강동희씨 영상. 세바시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지난 27일 CBS의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15분'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의 활동가 강동희씨 영상. 세바시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성소수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목소리를 지우려는 시도들이 잇따르면서 인터넷에서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CBS의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15분’(세바시) 제작진은 지난 25일 인터넷에 공개했던 성소수자의 강연을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 일부 기독교인들의 반발에 따라 비공개 처리했다. 문제의 영상은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의 활동가 강동희씨의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이다. (기사 바로가기☞ 세바시 성소수자 강연, ‘비공개’에서 ‘재논의’로 바뀐 까닭은?)

이후 네티즌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이틀만인 27일 재공개 했다. 세바시 제작진은 영상 비공개 결정 배경으로 기독교 방송사인 CBS 입장을 들었지만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차별과 폭력을 거부하기 위한 강연회를 열어왔던 우리가 거꾸로 차별과 폭력을 저질렀다’고 사과했다.

20대 국회에서만 두번째…인권위법 ‘성적지향’ 삭제 개정안 발의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도 국가인권위원회법(인권위법)의 차별금지 항목 중 ‘성적지향’을 삭제한 개정법률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인권위법은 현행 법률 가운데 유일하게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를 담아 성소수자 차별을 막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동료 의원들에게 인권위법 개정안 공동발의 참여 요청 공문을 돌리면서 성소수자 혐오 선동에 입법기관이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20대 국회에서 인권위법 차별금지 조항의 ‘성적지향’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것은 지난 9월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 이후 두 번째다. (기사 바로가기☞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사람들)

시민단체들은 김경진 의원의 인권위법 개정안 발의 준비 소식에 크게 반발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김 의원이 발의를 시도하는 인권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성소수자 차별을 조장하는 반인권법”이라며 “표현만 완곡할 뿐 성소수자를 부정적 존재, 혐오 대상으로 낙인찍는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구태 청산을 기치로 건 국민의당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구태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23일 발표한 논평에서 국민분열과 이념대립의 시대를 마감하겠다는 국민의당에서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악용해 누군가의 환심을 사려는 이러한 정치행태는 그야말로 구태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성적지향 삭제한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악안 발의시도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시민단체 회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성적지향 삭제한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악안 발의시도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민원’으로 둔갑해 ‘압력’이 된 성소수자 혐오

지난 10월 제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성소수자 문화 행사인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도 제주시의 장소 사용협조 방침 철회로 난관에 부딪쳤다. 제주시는 동성애 반대 단체들의 집단 민원 제기 이후 도민정서와 미풍양속 등을 이유로 들어 장소 협조 방침을 철회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민원을 빙자한 혐오 선동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비온 뒤 무지개재단의 한채윤 상임이사는 칼럼에서 ‘2014년에 서울 서대문구청과 대구시청, 2015년에 서울지방경찰청, 대구지방경찰청, 2017년 서울의 동대문구청까지 모두 성적소수자 단체에서 낸 대관 또는 집회를 허가했다가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동성애 반대자들이 항의하면 바로 취소했다’며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동성애’라는 편견과 혐오의 구호는 ‘민원’과 ‘시민 정서’로 둔갑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러한 민원에 굴복하지 않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세바시 제작진의 영상 재게재 결정에 대해 27일 페이스북에 “이번 일은 중간에 한 번 엎어지긴 했지만 원칙을 지켜낸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제작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데 끝까지 지켜낼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