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 대전지방법원장과
민유숙 서울고법 부장판사 제청
대법관 구성 다양화 염두에 두고
‘서울대ㆍ50대ㆍ남성’ 틀 뛰어넘어
김명수 대법원장이 내년 1월 퇴임하는 김용덕ㆍ박보영 대법관 후임으로 안철상(60ㆍ사법연수원 15기) 대전지법원장과 민유숙(52ㆍ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28일 임명 제청했다. 두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동의를 거치면 문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대법원은 비(非)서울대 출신과 여성 법관 후보자를 발탁한 데 대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뒀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법관 인선은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첫 인사권 행사여서 앞으로 6년간 단행될 김명수호 인사를 평가할 가늠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추천위 회의에 앞서 심사 대상자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대법원장 선택지는 대폭 줄었다. 23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선정한 9명 중 김 대법원장은 기존 '서울대, 50대, 남성' 틀을 깬 인선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경남 합천 출신인 안 원장은 건국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6년 마산지법 진주지원 판사로 임관해 부산고법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2009년 이용훈 대법원장 당시 비서실장을 맡았고,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은 없다. 안 원장은 사회적 약자 보호 및 법치주의 확립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 암 수술 후 복무에 장애가 없음에도 비자발적인 전역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최초 판결을 내려 직업군인의 직업상 권리를 보장했다. 또 미얀마 출신 민주화 운동가를 난민으로 인정하고, ‘품행 미단정’을 이유로 귀화 불허처분을 받은 재중동포 여성의 귀화를 인정하기도 했다.
서울 출신인 민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9년 인천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해 28년간 재직한 정통 법관이다. 서울가정법원·광주지법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고법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남편은 문병호 국민의당 전 의원이다.
민 부장판사는 자연재해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국가 책임을 인정해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법률적으로 명확히 했다. 학교 폭력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사건에서는 학교 법인과 교사의 적극적인 책임 의무를 분명히 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혼 시 부부간의 재산분할제도에 관한 연구' 등 논문을 쓰고 가족법학회 이사를 지내 가족법 이해가 깊다는 평을 받는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줄곧 대법원장 권한 분산과, 사회의 다양한 가치 반영을 위해 대법관 다양화를 예고해 왔다. 김 대법원장은 이번 2명의 후보자를 포함해 앞으로 11명의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게 된다. 대법관 13명 제청권과 헌법재판관 3명 지명권 등 막강한 인사권을 쥔 만큼 향후 여러 각도에서 대법관 다양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에 순수 변호사 출신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유력하게 거론됐던 노동 전문 김선수 변호사는 지난 번에 이어 명단에 들지 못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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