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궐석재판 진행 결정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거부”
심리 진행 속도 붙겠지만
朴측 ‘재판부 흠집내기’ 의도도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키로 28일 결정했다. 궐석재판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전날에 이어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재판 거부 의사가 확고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정치재판’화하는 지금의 전략을 바꾸지 않는 이상 1심 재판에선 모습을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이날 열린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구치소의 인치가 곤란해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 없이 약 3시간 동안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궐석재판은 재판부로서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피고인이 없이 궐석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분위기다. 장기 징역형이 예상되는 사건의 경우 피고인 없이 진행하는 재판에 대해 제동을 걸어오기도 했다. 물론 해당 특례법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와 달리 피고인 소재를 알 수 없을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사례에 적용할 건 아니다. 이번 재판부 결정은 ‘구속된 피고인 스스로 재판을 거부하고, 구인이 힘든 경우(형사소송법 277조2항)’에 해당해 법률적 오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형사 재판에선 그만큼 피고인 반론권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1심 선고 이후 재판 절차에 ‘흠집내기’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궐석재판을 결정한 건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의사가 확고한 상황에서 더 이상 재판을 지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구치소에서 보내온 보고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본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히고 있다”며 “이 사건 증인신문 등 심리할 사안 많다는 점과 제한된 구속기간을 고려하면 더 이상 재판을 늦출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심리 진행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줄곧 건강상 문제 등으로 중단되기 일쑤였다. 지난 6월엔 박 전 대통령이 재판 도중 갑자기 책상에 엎드려 중단됐고, 7월에는 발가락 통증을 호소한 탓에 세 차례 재판이 공전했다.
향후 선고를 염두에 둔다면 박 전 대통령의 지금 전략은 자충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새 변호인단이 약 한달 간 사건기록을 모두 검토했다곤 하지만 혐의 중에는 정치적인 쟁점이 얽혀 있는 사안도 적지 않아 박 전 대통령과 의사소통을 통한 방어 전략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재판만 아니라 국선변호인 조력도 거부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대체로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 전략의 목적이 ‘재판부 흠집내기’라고 보고 있어, 궐석재판의 유불리를 따지는 게 의미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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