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중국의 거대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해상 실크로드)와 관련해 본격적인 경제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일대일로와 닿아있는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서 중일 양국 민간기업이 공동사업을 할 경우 자금지원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일대일로 사업을 계기로 중국과 관계개선에 나서고, 북한 핵ㆍ미사일 개발 저지에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기대가 이런 움직임의 배경이다.
28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지난 7월과 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무대에서 이뤄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일대일로 협력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경제협력 방안을 마련했다.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 동남아시아ㆍ유럽ㆍ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일컫는다.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는 ▦에너지 절약ㆍ환경 협력 ▦산업의 고도화 ▦물류망의 편리성 향상 등 세가지 측면에서 중점 지원할 예정이다. 일대일로 사업 가운데 제3국에서 중일 양국기업이 태양광ㆍ풍력 발전이나 공업단지 개발 때 정부계열의 금융기관을 통해 융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단개발은 태국의 경제특구 ‘동부경제회랑(回廊)’을 상정하고 있다.
그간 일본 측은 일대일로 사업을 “중국의 경제패권을 위한 것”으로 경계했지만, 중일관계 개선의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해 협력 쪽에 무게를 싣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6일 베이징과 광저우에 사상 최대 규모의 일중경제협회 방중단(250명)을 파견하는 등 일본 기업들이 중국 비즈니스 기회 포착에 골몰하는 게 이런 맥락이다.
특히 경제 외적으로도 한ㆍ중ㆍ일 정상회의 일본 개최를 성사시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조기 방일을 실현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돼있다. 이 단계를 빨리 해결해야 내년 중 아베 총리의 방중 및 시 주석 방일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은 중국이 인도양과 지중해 등 요충지에 국유기업의 항만개발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군사적 이용 가능성을 경계해 공동개발엔 관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실제 일본 측은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을 둘러싸고 천연자원을 확보하려는 ‘신식민지 주의’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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