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5ㆍ18 암매장’ 발굴… 계속되는 기억의 고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5ㆍ18 암매장’ 발굴… 계속되는 기억의 고통

입력
2017.11.28 16:47
0 0

처음부터 쉽지 않은 작업

유족들 기대와 실망감 교차

제보 많지만 23일째 성과 없어

기념재단, 발굴 범위 확대 속

기억에 의존한 조사 한계 여전

3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5·18 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지로 지목된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에서 5·18기념재단 관계자와 발굴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법무부는 5·18재단이 요청한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추정지 발굴 착수를 이날 승인했다. 연합뉴스
3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5·18 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지로 지목된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에서 5·18기념재단 관계자와 발굴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법무부는 5·18재단이 요청한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추정지 발굴 착수를 이날 승인했다. 연합뉴스
김양래 5ㆍ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28일 오전 광주 서구 5ㆍ18기념문화센터 시민사랑방에서 5ㆍ18 민주화당시 행방불명자 암매장지로 추정되는 옛 광주교도소에 대한 지표투과레이더(GPRㆍGround Penetrating Radar) 조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김양래 5ㆍ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28일 오전 광주 서구 5ㆍ18기념문화센터 시민사랑방에서 5ㆍ18 민주화당시 행방불명자 암매장지로 추정되는 옛 광주교도소에 대한 지표투과레이더(GPRㆍGround Penetrating Radar) 조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처음부터 쉽지 않은 작업이란 걸 5월 단체들도 모르지는 않았다. 주검을 묻은 걸 봤다던 이들의 기억도, 사라진 사람들이 묻혔다던 그 곳도, 37년이라는 세월의 무게에 흐려지고 깎여 나갔으리라는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 ‘의혹의 땅’을 조심스레 파헤치는 건, 5ㆍ18 유족들에겐 어쩌면 기대(유해 발굴)와 실망(발굴 실패)이 교차하는 고통의 연속일지 모른다.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희생자들을 암매장한 장소로 알려진 옛 광주교도소 주변에 대한 현장 발굴 조사 23일째인 28일까지도 이런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사라진 이들을 찾는 일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5월 단체들은 외려 발굴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이번이 아니면 더 이상 그들을 찾을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 탓이다.

5ㆍ18기념재단과 5ㆍ18단체(유족회ㆍ부상자회ㆍ구속자회)는 이날 암매장 추정지에 대한 발굴 조사 범위를 전남 화순 너릿재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너릿재는 “5ㆍ18 당시 군인들이 굴착기 등을 이용해 마대 자루를 묻었고, 자루 밖으로 나와 있는 시신의 머리를 봤다”는 제보가 있었던 곳이다.

재단 측이 너릿재로 발굴 범위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그간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 발굴 조사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한 데다, 땅속탐사레이더(GPR) 조사 결과 ‘이상 신호’가 감지된 이유가 크다. 물론 이상 신호가 지표 하부에 묻혀 있는 유해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재단 측이 이를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상 신호가 감지된 구간은 2014년 11월 개통한 신너릿재터널 광주방향 출구 근처로, 현재는 도로가 조성돼 있다. 재단은 도로를 막고 발굴조사 착수를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광주시와 협의할 계획이다.

5ㆍ18재단은 또 GPR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옛 교도소 일대 암매장 추정지 발굴도 교도소 외곽 사방(四方)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암매장 관련 추가 제보가 접수된 북측 외부 담장 인근 및 테니스장 하부 지역과 서측 담장ㆍ정화조 구역, 남측 담장 주변이 대상이다.

5ㆍ18단체들이 암매장 추정지 발굴 범위를 확대하고 나섰지만 그 동안 암매장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반성도 나왔다. 김양래 5ㆍ18재단 상임이사는 “5ㆍ18 당시 계엄군이 광주교도소에 주둔했던 3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너무 단편적으로 봐왔다”며 “암매장 제보와 증언(75건)이 쏟아졌지만 모두 암매장 장소와 시간, 희생자 수 모두 제 각각이었다”고 말했다. 가해자와 목격자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발굴 작업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 교도소 주변 암매장과 관련해 포클레인이 동원됐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이 포클레인이 군용일 거라는 걸 재단 측이 간과한 측면도 없지 않다. 재단 측은 “20사단이 교도소에 주둔했을 당시 군용 포클레인이 작업에 동원됐다는 당시 제소자의 증언을 확보했다”며 “이를 토대로 5ㆍ18 당시 광주에 파견된 야전공병단 상황일지를 확보하는 등 입체적인 분석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암매장 당시 상황 재구성 역시 쉽지 않다. 그 날의 진실에 대해 침묵해왔던 사람들의 증언과 조사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5ㆍ18재단 관계자는 “5ㆍ18 당시 교도소에 주둔했던 병력들을 전수조사하면 암매장과 관련한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며 “하지만 이들에 대한 수사권과 조사권이 없어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