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욱 한국학중앙硏 신임 원장
“정치적 현안을 부여하는 바람에 한국학의 핵심기관이 돼라는 설립 취지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장기적 측면에서 접근하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안병욱(69) 신임 원장이 28일 서울 태평로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밝힌 각오다. 박근혜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때문에 한중연도 꽤나 흔들렸던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규모 조직개편이나 인사이동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안 원장은 “막상 들어와 보니 조직 차원의 큰 흔들림은 없었다”고 말했다. 2015년 국정화 밀어붙이기가 시도됐을 때 한중연 교수들은 ‘국정화 반대, 집필거부’ 선언을 내놨다.
장기적 접근을 위해 두 가지 굵직한 사업을 추진한다. 하나는 장서각 소장 한글기록물 집대성 작업이다. 규장각이 조선시대 공적 문서 보관처라면, 장서각에는 왕실 문건이 풍부하다. 한 집안의 일인 만큼 여성들을 위한 한글 기록이 많다. 이길상 기획처장은 “유일한 한글판 동의보감, 한글로 된 180권짜리 대하소설 ‘완월회맹연(玩月會盟宴)’ 등 다양한 기록물이 있는데 이 기록물들을 오늘날 말로 풀어서 데이터베이스(DB)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업그레이드 작업이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검색을 할 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다. 그러나 이 정보는 1980~1991년 사전 편찬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라 디지털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사전 항목을 7만8,300개에서 2만개 더 늘리고, 사진 3만종과 동영상 500개를 새롭게 보강해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하는 작업을 내년부터 10년간 진행하게 된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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