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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부머랭스트

입력
2017.11.28 16:3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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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학자 조지 매그너스는 저서 ‘고령화시대의 경제학’에서 ‘부머랭스트(boomerangst)’를 소개했다. 베이비부머(babyboomer)와 불안(angst)을 합친 말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불안을 의미한다. 문제는 자녀 세대도 이 불안을 떨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했다가 부모 슬하로 되돌아가기를 거듭하고, 고용과 실업을 반복한다. 비정규직이나 일용직 등으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성인이 된 뒤로도 부모와 같이 사는 시간이 길어진다.

▦ 유럽연합(EU) 산하 통계기관인 유로파운드가 소속 2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1년 기준 18~30세 성인 중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전체의 48%였다. 이 중 폴란드 헝가리 슬로베니아 등 동구권 국가는 비율이 60~80%이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80%에 육박했다. 결혼도 늦추거나 하지 않는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젊은이들을 ‘키퍼스(Kippers)’라고 한다. ‘부모의 은퇴 자금을 축내는 자녀들(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이다. 일본은 35~44세의 싱글족 300만여명이 부모와 함께 산다.

▦ 이들은 지독히 운이 없는 세대다. 빚도 많고 취업률도 낮다. 대학 졸업자 상당수가 학자금과 생활비 때문에 빚을 진 채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취업은 제대로 되지 않아 빚은 늘어가고 편의점 등지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힘든 삶을 살아간다. 일부는 청년 파산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청년들의 상황을 애플의 휴대용 디지털 기기 ‘아이팟(iPod)’에 빗대기도 한다. ‘불안하고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으며 과도한 조세 부담을 안은 채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Insecure, Pressured, Overtaxed and Debt-Ridden)’고.

▦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청년층 취업자 비중은 14.6%로 1980년대에 3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청년 실업률은 1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16.4%로 점차 상승하는 추세다. 청년실업 증가와 저출산ㆍ고령화의 복합적 결과다. 우리 사회가 이제 노년층뿐 아니라 청년층까지 부양해야 할지 모른다. 고령화 사회의 그림자가 어둡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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